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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메고 홍대 클럽 습격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9호 04면

토요일 점심 무렵의 서울 인사동. 외국인 관광객과 나들이 시민들로 북적이는 ‘쌈지길’ 앞에 택시가 도착했다. 트렁크와 좌석에서 커다란 가야금과 가야금 받침대를 차례로 끌어내리는 이는 정민아(30)씨.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 날리고 있는 ‘가야금 디바’다. 잠시 후 양현모(27)씨가 어깨에 젬베(브라질 북)를 둘러메고 옆구리엔 오토바이 헬멧을 끼고 도착했다. 우선 둘이서 조금 있다 시작될 야외 공연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베이스 기타 주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지하철이 막혀’ 30분 늦는단다. 3인조. 단출하면서도 견고한, 전형적인 인디 밴드 편성이다.

인디 음악계의 국악 디바 ‘정민아 밴드’

정민아씨가 가야금을 훑으며 조율을 시작하고 둥둥 젬베 소리가 울리자 무대 앞 멍석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새야 새야’ ‘노란 샤쓰의 사나이’ 등 리메이크 곡들과 ‘상사몽’ ‘로봇 일기’ 등 인디 감성 물씬한 자작곡들이다. 원래 정민아씨 혼자 가야금 들고 홍대 라이브 클럽가를 누비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어느 공연 중에 무대 옆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팀 소속 양현모씨가 젬베로 박자를 맞춰 준 것을 계기로 협연(?)이 시작됐다. 그 직후 나온 앨범은 2년 동안 9000장 가까이 팔리는 나름의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지금 한 달 수입이 20만~30만원. 공연이 많이 안 들어올 때는 생계를 위해 쇼핑몰의 전화상담 아르바이트를 한다.

“국악고 다닐 때 퓨전 그룹 ‘슬기둥’ 왕팬이었어요. 거기 원일 선생님께서 ‘어어부’라는 인디 밴드 활동도 하셨는데 그거 보러 홍대 클럽에 갔다가 록과 인디 음악에 매료됐죠.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국립국악원·서울시립·경기도립 등 8군데 취직시험에서 미끄러졌어요. 가야금 개인교습 같은 건 성격에 안 맞아서 그냥 맘 편하게 아르바이트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 음악 하며 지내요.

내일은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생님 공연 도와 드리러 홍대로 가요. 오십이 가까우신데도 여전히 왕성하게 인디 무대에 서는 멋진 분이죠. 끝나고 그 자리에서 밤새도록 뒤풀이를 하는데요, 술도 마시고 잼(즉흥 합주)도 하고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런 순간이 아니면 딱히 인생의 즐거움이 없을 것 같아요… 2집 앨범도 곧 내야죠. 곡은 다 모였는데 언제 녹음 들어갈지 모르겠네요….” cafe.daum.net/gayag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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