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없는 프로야구 반응…경쟁자들 기대반 아쉬움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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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야구천재' 이종범이 일본에 진출하며 남긴 공백은 너무도 크다.

당장 해태는 내야진을 새로 짜야하고 프로야구의 각종 기록경쟁도 새판이 짜이게 된다.

이종범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던 선수들에겐 새로운 기회. 그러나 이종범은 결국 그들에게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으로 남는 것이기도 하다.

고려대시절 국가대표 유격수로 활약하다 프로에 입단하며 2루수로 전향한 김종국은 이제야 해태의 주전유격수가 된다.

프로데뷔후 사라진 대학시절의 날카로운 타격만 되찾는다면 1번타순까지 물려받아 명실상부한 '이종범의 후계자' 가 될 전망. 김이 떠난 2루자리는 김태룡과 안상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종범과 어깨를 부딪치며 경쟁하던 다른 팀의 라이벌들도 허탈함속에 그의 명성을 나누어 누리게 될 전망이다.

일단 최고유격수 자리는 유지현 (LG) 과 박진만 (현대) 이 자웅을 겨룬다.

내년 첫선을 보이는 에드거 캐서러스 (OB).더그 브래디 (롯데).조엘 치멜리스 (한화) 등 용병 유격수들이 이종범이 빠진 허전함을 달래줄지도 관심이다.

이종범이 독주하던 도루부문에선 전준호 (현대) 와 정수근 (OB) 등이 기세를 올릴 가능성이 크나 아무래도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종범과 함께 '빅5' 를 구성했던 양준혁.이승엽 (이상 삼성).김기태 (쌍방울).박재홍 (현대) 도 타이틀경쟁에선 그만큼 유리해졌지만 허전하기는 마찬가지. 이들 가운데서도 양준혁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양은 이와 93년 입단동기인데다 그해 신인왕 경쟁에서 이종범을 앞섰을 뿐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우승을 빼앗긴 이후 언제나 이종범의 뒤에 섰기 때문이다.

이종범, 5년이란 짧은 세월동안 국내 프로야구사에 남긴 발자취가 거대했다는 사실은 그의 일본진출이 결정된후 더욱 두드러진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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