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제일은행 거래량 '신기록'…M&A설 여파로 1천만주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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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국인에 국내은행 인수.합병 (M&A) 을 허용한다는 정부방침이 주식시장에 전해지면서 은행주들이 사상 유례없는 거래폭발현상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하루 전체거래량도 8천만주를 넘어 사상최고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이 재벌구조의 개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 주식들은 거래가 뚝 끊긴채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빚어 편중매매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일 주식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외국인.기관.일반 투자자 할것 없이 은행주에 대해 무조건 '사자' 주문을 쏟아내 서울은행은 오전장에 이미 1천만주 이상 매매된 끝에 이날 하루 거래량이 1천4백76만주에 달했다.

서울은행처럼 부실채권이 많은 편에 속하는 제일은행도 1천2백만주 넘게 거래돼 1천만주 이상 매매된 은행종목이 2개나 나왔다.

이날 서울은행주 거래량은 지난 94년9월6일 상업은행이 세운 6백69만주 신기록의 2배를 넘는 것이다.

이 밖에 8대 시중에 속하는 외환.조흥.국민.상업은행이 나란히 거래량 3~6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매수폭발은 IMF구제금융체제아래 은행들의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은행주들이 제값을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27개 상장 은행주중 국민은행등 19개가 상한가를 쳤고 서울은행은 60원 (4.0%) 하락했고, 제일은행은 90원 (5.7%) 상승세로 마감됐다.

은행종목 거래량은 모두 5천2백14만주로 전체거래량의 59.1%나 됐다.

은행주의 이같은 이상 거래폭발로 인해 이날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모두 8천8백23만주에 달해 지난 6월4일의 8천7백93만주를 웃도는 사상최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은행주 가운세 상당수가 액면가를 밑돌아 이날 전종목 거래대금은 5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대기업 주식은 폭락사태를 보여 대조가 됐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전자를 비롯해 13개 계열사가 하한가를 쳤고 삼성그룹도 8개 상장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IMF의 요구가 재벌체제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를 동요시킨 것 같다" 고 말했다.

홍승일·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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