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종금사 스케치…고객들 항의·문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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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의 전격적인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전국 9개 종금사 본.지점 영업장은 2일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직원들도 일손을 놓은 채 허탈해 하는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해당 종금사들은 이날 오전부터 정부발표문을 게시하고 셔터를 내린 채 찾아오는 고객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으며 업무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종금사와 일반 시중은행에서도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지는등 금융 불안심리가 증폭됐다.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삼삼종금 본점에는 이날 50여명의 예금주가 몰려왔으나 오전8시30분부터 2층 영업장 셔터가 굳게 내려진 가운데 경찰 20여명이 배치돼 항의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종로구서린동 영풍빌딩 신세계종금 서울지점도 5층 영업장 입구를 봉쇄한 채 직원들을 동원, 고객들을 안심시키느라 안간힘을 쏟았다.

…종금사 영업장으로 달려나온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다급한 사정을 하소연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종금사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투자자들은 영업장 주변을 떠나지 않은 채 정부 성토에 목소리를 높였다.

삼삼증권 예금주 殷모 (53.서울 마포구 아현동) 씨는 "노후자금 4천만원을 맡겨두고 다달이 이자를 받아 생활비로 써왔는데 갑자기 찾을 수 없다니 답답하다" 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퇴직금 1억원을 맡겼다는 한 투자가는 "금융권 정리는 절대 없다고 공언하던 정부가 기습적으로 영업정지명령을 내려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해 배신감을 느낀다" 며 "무보증 기업어음을 사뒀는데 원금까지 떼이는 것 아니냐" 고 불안해 했다.

…종금사 5곳 가운데 4곳이 업무정지를 당한 부산지역은 금융.산업계가 상당한 혼란에 빠진 모습. 부산시 중구 중앙동 고려종합금융은 이날 출입문은 물론 온라인 전산망도 끈 채 20여명의 직원들만 전화받기에 여념없었고 한솔종금은 개인투자자 2백여명을 설득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경일종합금융 본사에는 오전10시쯤부터 고객 1백여명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1층 객장으로 몰려와 "예금을 지급하라" "돈을 달라" 며 거세게 항의했다.

5천만원을 맡겼다는 鄭경희 (40.여.수성구범물동) 씨는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잠시 맡겼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냐" 며 "당장 돈을 써야 하니 종금사 통장을 담보로 5천만원을 대출받게 해달라" 고 요구했다.

고객들이 항의가 거칠어지자 여직원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천시 남구 주안동 쌍용종합금융 영업본부에 몰려든 예금자들은 영업중지 안내문을 보고 대부분 발길을 돌렸지만 20여명의 고객들은 직원들을 붙잡고 "예금한 돈을 지금 당장 인출해달라" 며 하소연. 또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향후 자신들의 진로문제를 논의하며 침통한 표정으로 예금자들을 달래기도.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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