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육청,학교 외제 컴퓨터단말기 선정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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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인천시 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의견을 무시하고 45억 (3백40만달러) 여원어치의 수입 컴퓨터모니터를 학교에 설치키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서둘러 신청서를 접수한 뒤 뒤늦게 수입컴퓨터의 문제점을 알게 된 일선학교에서 기종 변경요구가 잇따르는데도 이를 묵살, 수입품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초등학교 3.4년, 중.고교 1년에 대해 학급당 3백만원 (국고 1백50만원.교육청 1백50만원 부담) 을 들여 교육청이 학교신청을 받아 일괄 구매, 첨단 멀티미디어 시설을 설치토록 했다.

이에따라 각 시.도 교육청은 일선학교에 586컴퓨터.비디오녹화기에다 43인치 프로젝션TV.37~38인치 컴퓨터모니터.29~33인치 일반TV (소규모 학교용) 등 세가지 화상기종중 하나를 선택토록 했다.

지난 9월초 인천시교육청이 신청받은 결과 올해 공급량 3천2백96대중 컴퓨터모니터가 80%, 프로젝션이 15%, 일반TV가 5%선으로 접수됐다.

이대로 집행되면 모니터 공급가격 47억여원중 국내 생산품 6억여원을 제외한 40여억원 어치가 수입품으로 설치될 전망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은 뒤늦게 ▶프로젝션TV는 99% 국산품인데다 TV.위성방송.비디오 수신능력이 뛰어나고 가격이 1백70만원대지만▶컴퓨터 모니터는 컴퓨터 해상도가 높은 반면 국내 생산업체가 단 한곳 뿐이어서 대부분 대만에서 수입해야 하고 가격도 1백80만원대란 것을 알게 됐다.

인천시 Y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9월초 제품설명회 당시에는 제품가격은 물론 컴퓨터모니터가 수입품인지 전혀 설명이 없었다" 며 "교내에서는 프로젝션이 쓰기 쉬운데다 기왕이면 국산품을 쓰자는 여론이 높은 데도 교육청이 거부한다" 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정덕기 (鄭德基) 과학기술과장은 "모니터가 수입품인 줄 알지만 일부 학교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품목을 바꾸면 행정이 힘들다" 며 "곧 조달청에 주문을 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등 다른 대부분 시.도 교육청에서는 일선학교의 80% 이상이 프로젝션을 선택했고,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컴퓨터모니터가 수입품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기종 변경 신청을 받고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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