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어려운데 외제 살수 있나요" 이스트팩 가방 판매 30%이상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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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세대생 유정재 (兪廷在.20.기계전자공학부2) 씨는 최근 멜빵가방을 구입했다.

유행을 좇아 이스트팩 가방을 마련할까 생각하다 구내매점에서 학교로고가 찍힌 국산품을 산 것이다.

가격은 1만8천원. 이스트팩 학생용 가방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이 4만8천원짜리임을 감안하면 兪씨는 3만원을 벌면서 수입가격 3만8천4백원만큼의 달러유출을 막은 셈이다.

兪씨는 "너도나도 미제 이스트팩 가방을 메고 다녀 하나 장만할까 했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까지 받는 마당인데다 최근에는 친구들도 시민들이 등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것같다고 말해 국산으로 샀다" 고 말했다.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교생까지 애용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로부터 "국민가방인줄 알았다" 는 비아냥까지 자아냈던 이스트팩 가방의 매출이 지난달부터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스트팩의 국내 수입판매업체인 대현월드와이드 사 마케팅담당자는 29일 "최근 외환위기로 인한 수입품 기피 움직임 때문인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매출신장률이 11월 들어 하락세로 바뀌었다" 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이스트팩코너의 경우 지난달까지 주말에는 하루 평균 50~60개, 주중에는 하루 평균 20여개 이상 팔려나갔으나 이달들어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이화여대앞 이대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담당자는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던 학생용 가방의 매출이 11월 들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며 울상을 지었다.

대현측이 94년 수입을 시작한 이스트팩 가방의 지난해 수입량은 25만개 1백억원어치로 올해는 50만개 2백50억원어치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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