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칼럼

군사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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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며칠 전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로 세계가 온통 난리다. 북한은 그 발사체가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험 자체가 무기화를 염두에 둔 시도였다는 것은 누구나 뻔히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소동이 반복될 때마다, 반드시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생각에 앞으로 50년 후의 미래에 있을 전쟁의 모습을 예상해 보면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대략 과거와 같이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98년에 발매돼 아직도 많은 게이머의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독자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게이머가 한 종족을 책임지는 전략가가 되어 전체 전쟁을 지휘해 기지 건설 및 물자 공급 그리고 전투 전력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상대편을 궁극적으로 능가하는 종족이 승리하게 된다. 결국 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의 확보, 끝없는 소모전에서 상대방의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공격과 방어무기의 확보 여부가 게임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같이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전쟁 양상이 양국의 전략가들에 의해 게임과 같이 진행되고 결판이 날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인 향후 몇십 년간은 지능화 기계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화 로봇의 개발이 군의 전술과 편성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에 발맞춰 미 국방부가 최근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만들고 있는 미래전투시스템의 핵심은 로봇 기술을 이용한 무인화, 소형화 그리고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정보화로 대변되고 있다. 무인항공기 등을 이용한 감시정찰, 무인화된 강력한 화력, 그리고 전체 병사들까지 네트워크화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실전 운용을 위해선 아직 먼 길을 가야 하지만, 미 육군 과학자인 마이클 앤드루 박사에 의하면 군에서 운용되는 지능형 로봇은 점차 적합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15년까지 미군이 어느 정도 반자동화된 여러 종류의 지상 로봇 시스템과 무인비행체를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때까지 그런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완전 자동화의 실현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지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무인차량에서부터 병사에게 군수품, 장비 및 탄약을 운반해 주는 로봇 일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병사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전장에서는 자동화된 장비로 작전을 지원해 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적지에서 로봇 센서를 운용하고, 최후방에 있는 의사들은 이동식 자동원격 수술실과 로봇 조수를 이용해 전방의 부상자들을 시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쟁을 위해 이와 같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인간을 전쟁에서 구할 것인지, 파멸로 이끌 것인지는 윤리적 문제까지 결부돼 끝없는 논란이 예상되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시점에서의 바람은 실제 미사일이 날아가는 전투를 벌이지 않더라도, 컴퓨터 게임과 같은 가상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양국의 전략가 간 승부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으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해본다. 소설 삼국지에서 적장끼리 싸워 승패를 가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