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대마, 나갈 길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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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
○·이세돌 9단 ●·황이중 7단

제10보(121~132)=대마불사라는데 가끔가다 대마가 죽는다. 타개의 명수 이세돌 9단도 구리 9단과의 대국에서 몇 번인가 대마가 잡혔다. 수를 잘못 봐 대마가 죽는 건 아니다. 사실은 죽는 걸 알면서 죽는 길로 간다. 무슨 뜻이냐 하면 수가 아니고 형세가 대마를 죽인다는 얘기다. 형세가 불리해 이래저래 지는 바둑일 때 대마의 목숨이 경각에 걸렸는데도 그걸 놔두고 몇 푼의 현찰을 챙긴다. 그 다음 장렬히 죽음을 맞는다는 스토리다.

황이중 7단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70% 정도의 사망 가능성이 있는데도 계속 버텼다. 그리고 이세돌 9단은 드디어 백△로 잡으러 왔다. 한 집도 안 되는 우직한 빈삼각에서 강렬한 살기가 느껴진다. 공갈이 아니고 진짜 잡으러 온 것이다. ‘참고도’ 흑1로 궁도를 넓혀도 백2, 4로 오궁도화(五宮桃花). 가장 유명한 죽음의 궁도다.

안에서 사는 길이 없다면 밖으로 나가는 길뿐이다. 121부터 이리저리 약한 곳을 찌른다. 황이중 7단이 30%의 희망을 걸었던 것도 아직 백의 포위망이 완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변 대마가 달아나면서 허용한 백◎석 점이 견고한 성벽처럼 흑의 앞길을 막고 있다. 126까지 꽁꽁 막혔다. 129, 131로 찔러봐야 헛수고다. 이 정도면 90% 사망이다. 과연 흑 대마는 죽은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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