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 비디오 파일]'로맨싱 커플' '프리티 레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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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도 애인을 구하지 못해 추위에 떨며 한 해를 마감하게 되는구나, 비감하게 고개 숙일 분들께 위로를. 1.2월쯤에는 '아직 날이 많은데' 라며 튕기지만, 11월에 들어서면 "이대로 한 해를 보낼 수 없다" 며 부쩍 서둘러 애인이 생긴 경우가 많다니 낙담하지 마시길. 파티 흔한 영국.미국의 노총각.노처녀도 같은 신세니 참고하시라. 남자라면 케빈 W.스미스감독의 '로맨싱 커플Romanceand Rejection' (SKC.사진) 을 보시길.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마이크 (리스 딘스데일) 는 꼬치꼬치 따지는 성격때문에 일년이 멀다하고 여자들에게 채인다.

들어오는 일거리는 소시지 CM이요, 전화 걸어오는 이는 술에 쩔어사는 아버지, 집이라고 들어와봐야 나보다 비싼 통조림 먹는 고양이뿐. 오늘도 신세 한탄을 하며 파티장으로 향하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가 우울하게 혼자 앉아 있다.

순박한 노총각의 사랑찾기를 그린 이 코믹멜로물은 최근 영국영화의 성가를 증거하 듯 짜임새가 아주 좋다.

박장대소할 대사에다 색감 대비가 빼어난 미술, 적절한 선곡, 스피디한 진행, 주연 배우들의 매력. 여자라면 케빈 파피스 감독의 '프리티 레이디The Beautician and the Beast' (CIC) 를 권한다.

'백설공주' 에서 잠자는 공주를 깨우는 왕자의 키스 씬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기발한 만화로 시작되는 이 미국 코믹멜로물의 주인공은 애인 없는 미용사 (프란 드레셔) . 이 매력 만점의 아가씨가 동유럽의 작은 나라 독재자 (티모시 달튼) 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왕과 나' '마이 페어 레이디' '귀여운 여인' '사운드 오브 뮤직' '미녀와 야수' 를 차용해서 그리고 있다.

옥선희<비디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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