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달러부족 이유 신용장매입도 꺼려…무역업체들 자금줄 막혀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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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무역업체가 수출 대금을 은행에서 미리 빌려 쓸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이때문에 무역업체들은 물건을 이미 바이어에게 선적.납품했는데도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간 제반 비용을 최장 1백80일 이후에야 바이어로부터 받게돼 자금난이 가중될 뿐더러 바이어 이탈마저 우려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27일 무역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상당수 시중 은행들이 24일부터 달러가 없다는 이유로 외상 수출 환어음 매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특히 일부 은행은 일반적인 수출대금 결제방식인 신용장 (L/C) 취급까지 중단 또는 기피하고 있다.

무역업체 입장에선 수출관련 금융 기능이 마비에 가까운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에따라 무역업체들은 은행에서 외상 수출환어음 할인이 안되자 가장 긴 외상기간인 1백80일까지 바이어가 돈을 줄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다른 데서 급전을 빌려 쓰고 있다.

또 선적일로부터 10여일 내외에 수출대금이 들어오는 신용장을 은행에 못팔게 되자 바이어로부터 대금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바람에 자금흐름이 뒤틀리고 있다는 것. LG상사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선별적으로 할인이 됐던 외상수출환어음을 이제는 거의 모든 은행이 할인을 거부하고 있을 뿐더러 일부 은행은 신용장매입마저 기피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들도 하루 취급한도를 정해 신용장을 선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수출입 금융이 이루어지는 은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견상사인 K사는 모 단골은행으로부터 신용장 매입을 거부당한 뒤 "수출대금을 달러대신 우리 돈으로 받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는 제의를 받았다.

은행들의 신용장 기피 움직임에 따라 신용장을 은행에 파는 데 따른 기업측의 수수료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정상적일 때는 6.1% (리보+1.3%) 였으나 최근에는 10%까지 뛰었다.

중견상사인 H사 관계자는 "외상수출환어음 기피사태로 인해 신규 주문물량에 대해서는 신용장으로 돌렸으나 이마저 매입이 계속 안되면 바이어가 이탈해 수출전선에 큰 타격이 있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 용어해설 = 신용장 (L/C) 이란 바이어가 은행의 보증을 받아 수출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보증서다.

수출업체는 이 신용장을 국내은행등에 갖고가 수수료를 물고 수출대금을 미리 받아쓸 수 있으며, 국내은행은 추후 바이어의 지급보증 은행으로부터 대금을 받게된다.

외상 환어음 수출방식이란 바이어로부터 수출대금을 선적후 30~1백80일 이후에 받기로 수출계약을 하고 선적한 뒤 수출업체가 은행에 가서 수출환어음을 할인해 미리 수출대금만큼의 돈을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박의준·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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