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아이디어는 박씨, 제작은 홍씨, 그럼 누구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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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박미나(36)씨와 잭슨 홍(38)씨는 개성 넘치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젊은 미술가들이다. 화가 박씨는 인터넷 매니어들이 즐겨 쓰는 ‘딩뱃(dingbat)’ 문자를 소재로 삼는다. 알파벳이나 한글 자음을 컴퓨터 자판으로 치면 그에 해당하는 그림 단위가 뜨는 ‘딩뱃 폰트’를 활용해 화폭을 채운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홍씨는 2005년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사용 불가능한’ 디자인 작품을 내놓으며 미술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두 사람이 손과 머리를 모았다. 서울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라마라마딩동’전은 둘의 공동전이다. 각각의 작품을 모아 건 2인전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곳 김성원 디렉터의 제의로 두사람은 작업 아이디어와 과정을 공유했다. “ 이렇게까지 무장해제하고 공동작업 해 보긴 처음”이라는 홍씨뿐 아니라 박씨 역시 이 전시 때문에 처음 하는 일이 많았다.

전시장 들머리엔 알루미늄판에 국내 5개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하는 녹색 계열의 도료로 만화같은 이미지를 만들었고, 또 하나는 은색 만으로 만들었다. 맞은편엔 자동차 두 대의 정면 충돌을 그린 화려한 색채의 유화 ‘스플래시(Splash)’가 걸려 있다. 두 알루미늄 작업은 박씨가 처음으로 자동차 도료를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아이디어는 박씨가, 제작은 홍씨가 했다. ‘스플래시’는 홍씨가 처음 도전한 회화로 박씨가 그렸다.

공동작업을 통해 회화와 디자인 등 서로의 영역에 대해 알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하고 작업 맥락이 확장되는 과정을 즐겼다는 게 두 사람의 변이다. 희귀한 경험에 대한 두 사람의 감상은 ‘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야’라고 새긴 전시장의 마지막 오브제에 담겨 있다. 5월 12일까지. 02-3015-3248.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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