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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첩사건]드보크란(14)…공작금이나 무기류 숨겨놓는 무인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부부간첩 일당은 침투때 갖고 온 공작장비와 국내 고정간첩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등을 '드보크' 에 숨겨 보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드보크란 무기류.공작금등을 숨겨놓은 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하는 장소로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주고 받을 수 있어 무인포스트 또는 무인함이라고도 불린다.

비석. 교량. 고목. 바위등 지형지물이 주로 애용되지만 최근에는 버스터미널이나 지하철역등의 물품보관함까지 드보크로 이용될 정도로 그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간첩 최정남은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 부근 야산 ▶서울 관악구 봉천8동 장군봉 체육공원 정상 바위 밑 ▶서울대 입구 등산로 바위 밑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등 6곳에, 간첩 심정웅은 ▶강화도 마니산 부근 묘소 비석 부근 ▶관악산 중턱등 2곳에 드보크를 설치했다.

최근 발견된 드보크는 남한 조선노동당사건때 8개, 부여침투 간첩 김동식 사건때 7개를 포함해 23개지만 남파간첩 숫자등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산재한 드보크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정남 부부간첩은 유사시 자살.살인을 위해 독총. 독침. 독약 앰풀등 특수무기를 비롯, 다양한 공작장비를 소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독총은 3m 거리에서 7㎜ 두께의 나무판자를 거뜬히 뚫는 특급 살인무기로 외견상으론 은색 파카 만년필과 흡사하다.

그러나 내부에 뇌관.화약.독약이 내장된 탄알이 장착돼 있어 만년필 뚜껑을 1~2회 돌려 세게 밀면 장약이 폭발하면서 반대편 끝에 있는 총탄이 발사된다.

독침은 성분이 메틸황산 네오스티그민으로 볼펜 끝을 몸에 대고 뚜껑을 누르면 독침이 몸에 들어가면서 독극물이 주입돼 즉사하게 된다.

독약 앰풀은 70년대말 김정일 (金正日) 이 "혁명가가 지조를 지키는 것은 자결뿐이다" 고 강조, 남파 간첩들이 자살용 필수장비로 휴대하는 품목.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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