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 3인 TV이미지 만들기 막후 전쟁…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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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옥외 유세가 사라진 것. 후보들은 여의도광장에 운집한 1백만 군중을 향해 포효하는 대신 엷게 화장까지 하고 TV카메라 앞에 다소곳이 앉아 웃고 있다.

87년 대선때 첫선을 보인 TV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TV선거는 과열분위기를 막으면서 후보들이 정책이나 집권능력을 세일즈하는 좋은 면이 있으나 TV에 뜬 개인의 이미지가 당락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CF적 문제도 안고있다.

카메라에 잘 보이려고 고민하는 후보들과 그들을 단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보았다.

<이회창>

신문협회.방송협회 공동주최의 TV토론이 열린 14일 밤. 이회창 후보는 대기실에서 마지막 준비를 했다.

그런데 토론 시작 10분전 스튜디오로 향하는 그의 모습이 방금전과 다르다.

그 사이 넥타이 색깔이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뀐 것이다.

"온화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바꿨습니다.

양복도 신선함을 주는 군청색으로 골랐고 셔츠도 세련된 느낌을 위해 푸른계통으로 선택했습니다.

"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한 전문 코디네이터 노유숙 (33) 씨의 말이다.

이 후보의 의상은 부인 한인옥 여사가 주로 골라줬으나 현재는 노씨가 거들고 있다.

TV화면에 얼굴이 선명하게, 그리고 젊고 호감있게 비치도록 만드는 분장은 시각 이미지 만들기의 핵심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진경 (28) 씨는 "이 후보는 붉은 볼과 하얀 이마가 너무 대비돼 강한 인상을 주고 있어 엷은 화장을 통해 피부색의 조화를 주면서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고 말한다.

이 후보는 오랜 판사생활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판결문을 낭독하듯 말을 하는 버릇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김성익 보좌역이 이를 교정해 자연스런 말투로 바꾸어주는 스피치팀의 책임을 맡고있다.

이들은 이 후보의 방송 관계 업무를 책임지는 'TV대책위원회' 의 일원. 이 위원회는 KBS 앵커 출신 박성범 의원을 위원장으로 방송계와 학계 출신 인사들로 구성돼 방송에서의 의상.말투.분장 등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보여주려고 한다" 고 말했다.

양지열·박혜민·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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