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중 최고, 외국인 순매수에 원화도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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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아시아 주요국 증시를 일제히 달궜다. 코스피지수가 2일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홍콩과 일본, 인도, 중국 본토 주가도 크게 올랐다.

물론 미국의 경기지표가 개선된 폭에 비해 최근의 주가 상승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미 언론에서는 ‘신데렐라 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12시 종이 치면 예전의 남루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신데렐라처럼 주가도 얼마 못 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시동을 건 랠리는 비관론에 개의치 않고 맹렬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61포인트(3.54%) 올라 1276.97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이로써 지난달 9일 이후 코스피지수는 21% 올랐다. 같은 기간 중 코스피지수뿐 아니라 홍콩 H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도 20% 이상 상승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3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9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2조4000억원이 넘는다. 연이은 외국인의 순매수는 원화가치를 끌어올렸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이날 45원(3.26%) 오른 달러당 1334.5원을 기록했다. 1월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과 순자산으로 나눈 주당순자산비율(PBR) 등 각종 지표를 근거로 국내에서 더 이상 싼 주식이 없다고 주장한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가 너무 비싸지고 있다”며 “경기 민감주를 팔고 방어주로 갈아타야 한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내용이다. 이 증권사는 이어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보기 전에 다시 1000선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도 “코스피가 홍콩이나 중국, 인도에 비해 더 이상 싸지 않다”고 분석했다.

CLSA가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대표는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짧은 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보다 세계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로 돈의 가치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 증시에서 돈을 너무 많이 빼간 것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구 대표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텅 빈 펀드를 다시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히 맞서지만, 최소한 종전의 저점인 코스피지수 1000선을 다시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신중론을 펴는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3분기까지 주가는 일정 구간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만큼 주가 저점은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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