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 전력 "사실상 한국 추월"…개인기·조직력 세계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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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해 겨울. 아랍에미리트 (UAE) 두바이로부터 때아닌 비보가 전달됐다.

한국축구가 추락했다는 것.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6 - 2란 스코어로 이란에 대패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축구계 일각에서는 '종이 호랑이' '우물안 개구리' 등 온갖 수식어로 한국축구의 자화상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로부터 1년이 채안된 지난16일. '이란 공포증' 에 시달리던 일본이 한국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이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일본이 아시아최종예선 3~4위 결정전에서 이란을 3 - 2로 꺾고 지난 54년 이후 43년만에 비원의 월드컵 본선진출의 꿈을 이뤄낸 것. 일본은 일찌감치 조1위로 본선에 오른 한국과는 달리 아슬아슬한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결국 대망의 고지를 밟는 저력을 과시했다.

액면 그대로만 놓고 볼때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를 앞선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서 "일본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들린다.

역대 한.일전에서 열세에 있던 일본이 지난 90년 이후에는 4승3무4패로 팽팽한 전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꼬집어 보면 개인기등 모든 면에서 일본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게임메이커 나카타.야마구치를 중심으로 한 MF진은 마치 톱니바뀌가 맞물리듯 정교하고 빨랐다.

특히 신세대 스타 나카타의 볼배급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성싶다.

일본의 허리는 그런 개인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수준을 넘보고 있다.

마라톤 선수 출신인 소마의 빠른 외곽 돌파력, 상대 허를 찌르는 절묘한 공간패스, 마치 요격미사일처럼 정확한 센터링등…. 또 브라질 귀화선수 로페스.나카야마.조 쇼지.미우라등 스트라이커들과 기타자와.오카노등 공격형 MF의 경기 집중력이 일본축구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이제 한국이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진출을 이뤘다고 해서, 또 한.일간 역대전적에서 일본에 앞선다고 해서 결코 자만할 일이 아니다.

게임메이커의 부재 속에서 그나마 더 뻗어나가려면 일본처럼 더욱 강해져야 한다.

J리그의 급성장, 축구전용구장.선수층등 축구인프라의 확대, 꿈나무 축구유학등이 일본축구의 성장을 말해주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 이라는 한 축구인의 고뇌섞인 우려가 귀를 솔깃하게 한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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