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일본 접근을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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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연립정부 3당대표단의 북한방문이 15일 끝나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정지작업이 일단 마무리됐다.

일본 자민당을 비롯해 사민.사키가케 등 3당대표단의 평양방문은 북한노동당 초청으로 이뤄져 정당간 교류라는 외형을 갖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중단상태에 있는 수교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의 접촉이었다.

이번 접촉은 상대방에 대한 양측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던 때라 본격적인 수교협상을 염두에 둔 탐색작업으로 여겨져 왔다.

이미 지난 90년 일본 자민.사회당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국교수립을 목표로 한 정부간 접촉의 발판을 마련한 전례가 있어 이번 3당대표단의 방문 결과는 양자관계의 앞날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우리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과 일본의 관계개선은 북한의 경제적 장래와 관련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양측의 접촉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90년의 경우와 달리 북한이 이례적으로 대일 (對日) 접근을 서두른 인상을 준 데 비해 일본측은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본측이 신중했던 것은 북한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일본인들의 납치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과 90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현실인식이 있었던 탓이다.

90년 당시 일본 정당대표단은 전후 (戰後) 배상 등을 약속해 이후 정부차원의 대북 (對北) 협상에 난관을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반해 북한측은 일본에 대해 전에 없이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북한과는 관계없는 일' 이라던 종래의 주장과 달리 일본인 납치의혹 규명에 대해 '행방불명자로서 조사할 의향이 있다' 고 유연성 있는 자세를 보여 일본정부의 대북접촉을 위한 정치적 환경은 일단 조성된 셈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양국의 접근을 꺼릴 이유가 없다.

다만 일본의 그러한 접근이 남북대화와 4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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