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선희 비디오파일]'로미와 미셀'…신데렐라 꿈꾸는 두 아가씨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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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줄리아 로버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귀여운 여인' 은 페미니즘 영화 비평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해 욕을 먹는다.

그러나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에 관한 가장 흔한 상징으로서의 '귀여운 여인' 은 여전히 달콤한 효력을 발휘한다.

데이비드 미르킨감독의 '로미와 미셀' (Romy and Michel's High Scholl Reunion.브에나비스타) 의 두 주인공 역시 '귀여운 여인' 에서처럼 동화를 꿈꾸는 아가씨들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부티크에서 창피를 당하고 쫓겨났다가 리처드 기어와 다시 와서 당당하게 쇼핑을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고교 동창생 로미 (미라 소르비노) 와 미셀 (리사 쿠드로우) .캘리포니아에서 주차장 계산원으로 일하는 로미와 백수인 미셀은 직업.애인.몸매 어느 것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고등학교 동창회 소식을 듣고나니 자신들의 처지가 더욱 한심하게 느껴진다.

고민 끝에 포스트 잇을 발명한 사업가 행세를 하기로 하는데…. '로미와 미셀' 은 철딱서니 없는 두 아가씨의 상상.꿈.현실을 톡톡 튀는 감각으로 엮어낸다.

디스코 리듬에서 아바 노래까지 신나는 음악이 이어진다.

'델마와 루이스' 의 두 주인공이 썼던 선글라스와 스카프에서부터 마돈나 스타일의 무대의상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과 색채 감각은 의상학과 학생들의 필수 감상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두 여배우의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자닌느 가팔로, 알란 커밍의 조역도 만만치 않다.

감독은 과장과 상상이 넘쳐나는 이 밉지않은 영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딱딱한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솔직하고 적극적인 인생관으로 실천해 나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옥선희 <비디오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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