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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⑪ 조인원 경희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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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만난 사람=양영유 교육데스크


-학장들에게 권한을 넘기면 총장의 힘이 약해지는 게 아닌가.

“총장의 역할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 학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대학 사회 트렌드를 읽어내고 커다란 발전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본다. 대학 전체의 시스템은 총장이 관리하되 각 단과대와 대학원이 독립적으로 비전을 세우게 하자는 것이다. 본부와 단과대·대학원의 쌍방향 소통이 잘되면 대학은 다이내믹해진다.”

-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경희대는 한의대·의대·치대·약대·간호대를 모두 설치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대학이다. 전인교육을 강조한 설립정신에 따라 체대·미대· 음대도 튼튼하게 둥지를 틀었다. 교수 1300여 명, 학생 2만8000여 명, 교직원 5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다 보니 본부 차원에서 정보 취합도 안 되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단과대와 대학원의 창의성을 살려내자는 취지다.”

-권한 이양의 범위는.

“학무와 예산·인사권을 망라한다. 지난해 7개 단과대에 시범 운영했고, 올해는 전면 시행하는 것이다. 다만 문과대같이 수익사업이나 산학협력 여지가 적은 순수학문 분야는 본부에서 지원을 할 예정이다. ‘서치 앤 리크루트 위원회(search & recruit committee)’를 만들어 능력 있는 교수를 스카우트할 방침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존 아이켄베리 정치학 석좌교수와 예일대 폴 케네디 석좌교수는 이미 영입했다.”

-학장 42명의 경쟁이 시작됐다. 평가는 어떻게 하나.

“프로그램과 조직 리뷰(program & organization review)를 연말에 한다.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받겠지만, 못하는 곳은 본부와 협의해 대안을 내놔야 한다. 평가기준은 학생 만족도, 영어강좌 수, 외국인교수 비율 등이 될 것이다.”

-대학 간 경쟁도 치열하다. 경희대의 대표 브랜드는 무엇인가.

“하버드대는 어느 부문이 명문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전부 다 좋지 않나. 우리가 바라는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연구·교육 분야에 폭넓은 투자를 하되, 몇 개의 넓은 융합연구 클러스트를 만들 계획이다. 얼마 전 의생명과학원을 만들었다. 서울캠퍼스에 의대·한의대·치대·약대·간호대·공대가 함께 연구하는 국제적인 의학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의학과에 문과생을 30% 뽑겠다는 계획이 파격적이다.

“한의학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인문학적 소양이 많이 필요하다. 경희대 한의학대학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접목하는 동서신의학을 표방하고 있다. 동양철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학문 융합 차원도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논란이다. 대학들이 전형 숫자를 급하게 늘렸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정책이다. 점수 몇 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부작용이나 오류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성숙돼 있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 차분히 단계적으로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지난해 116명에서 올해는 365명으로 늘린다. 세부적으로는 네오르네상스, 사회배려대상자, 국제화, 과학인재 특기자 전형 네 가지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에게서 나온다. 연구 성과가 중요하다.

“연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학기부터 6개월~1년 단위의 청원연구제를 도입한다. 기존 연구년제는 기계적으로 운영돼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연구할 기회가 적다. 그래서 일반 연구년과 별도로 교수가 원하는 시기에 연구년을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초 임용 후 3년 이상 근속했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평가는 엄격히 할 것이다. 청원연구제가 시행되면 교수 7명 중 1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공백이 없도록 1300명인 교수를 16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5월 5일 개최하는 세계시민포럼(world civic forum)이 큰 행사 같다.

“개교 60주년을 맞아 국제기구와 대학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조제 하무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 샤주캉 유엔 경제사회국 사무부총장, 모스크바국립대 총장, 베이징대 총장 등이 참석한다. 국제화는 경희대의 중요한 화두다. 미래에는 국가와 대학이 창의적인 표준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려면 교류가 중요하다. 세계와 교류하는 대학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트랜스버시티(transversity)’ 개념을 도입했다. 열린 대학, 교류하는 대학이 경쟁력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뭔가.

“지난해 여름학기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프린스턴대, 중국 베이징대, 영국 킹스칼리지 등 해외 유수 대학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수업프로그램(Global Collaborative)을 운영 중이다. 올해도 15개 강의를 개설한다.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라는 지식공동체도 만든다. 세계 주요 거점도시에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연구소와 문화·시민단체, 기업이 소통·교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년까지 교내 인터넷 방송국을 개설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국제기구 진출도 많다.

“경희재단은 장학제도를 통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진출을 돕고 있다. 해외인턴십과 해외NGO 탐방을 진행 중이다. 최근 학부생 두 명이 세계 최초로 유엔에서 인턴을 하다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30여 명의 학부(대학원)생이 각종 국제기구에 파견됐다.”

- 장학금 혜택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등록금의 17%를 학생에게 돌려주고 있다. 수도권에서 2위라고 들었다. 수혜학생 비율은 30% 정도인데 외부장학재단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더 높다.”

-대학의 사회공헌도가 낮다는데.

“책무성은 정말 중요하다. 전국 21개 기초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주민들에게 강의를 개방하고 있다. 호텔관광학부가 고양시 주민을 돕는 방식이다. 의료봉사단도 매년 현지로 달려가고, 모범수 200명에게 인문학 강좌를 해주기 위해 서울교정청과 협약을 체결했다. 더 노력하겠다.”

정리=이종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조인원 경희대 총장=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고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88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희대 NGO대학원장, 펜실베이니아대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의 차남으로 2006년 12월 제13대 총장에 취임했다. 99년 서울NGO 세계대회 공동추진위원회 한국 대표, 유엔밀레니엄NGO포럼 운영위원 등 시민사회단체와 국제기구에서 활발하게 일했다. 정치학자지만 신학과 철학,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많다. 취미는 탁구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즐긴다. 교육관은 ‘소통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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