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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느낄 일 없는 일터 … 행복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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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 근처의 ㈜포스위드 1층 세탁실. 수십 대의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아가고, 직원들은 세탁물을 꺼내고 정리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여느 세탁공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세탁실 직원 66명 중 32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장애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하게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적장애인 이성득(25·左)씨와 비장애인 신갑칠(57)씨가 세탁이 끝난 옷을 건조기로 옮기기 위해 세탁기에서 꺼내고 있다. 신씨는 세탁물의 내역이 적힌 꼬리표를 이씨가 잘 볼 수 있게 챙겨준다(사진 上). 사무실 직원이 건물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보면서 장애인 사고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한다(사진 왼쪽 아래). 포스위드의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휠체어를 돌릴 수 있을 만큼 넓고 깨끗하다. 화장실에는 샤워기·지지대·비상벨 같은 안전·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포스위드는 지난해 1월 문을 연 국내 첫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포스코의 세탁·콜센터·사무지원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회사로 포스코가 100% 출자했다. 올 1월 본사·작업장이 있는 포항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전용건물(지상 3층)을 완공했다. 이 회사 정희종(55) 이사는 “포항·서울·광양에 작업장이 있고 직원 224명 중 40%인 90명이 장애인”이라고 설명했다. 포항 세탁실에는 승합차가 드나들 수 있다. 승합차 13대가 운반하는 하루 근무복 3500여 벌과 수건류 3만여 장을 장애인이 쉽게 내리고 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탁기·건조기 같은 기계는 조작이 쉬운 자동이다. 세탁실과 2, 3층 사무실은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로 연결된다. 2, 3층 사이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긴 경사로가 놓여 있다. 건물 복도에는 장애인이 잡고 다닐 수 있는 손잡이도 있다.

모든 문은 버튼만 누르면 열고 닫힌다. 휠체어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넓은 화장실엔 샤워기·지지대·비상벨 같은 안전·편의 시설이 설치돼 있다. 근무 중 피로를 느끼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장애인은 ‘버블 패널’과 안마기·운동기구가 있는 심신안정실을 이용한다. 버블 패널은 전기를 넣어 인공 어류가 움직이고 거품이 일게 해 지적 장애인의 심신안정을 도와주는 장치다. 맞은편에는 따뜻한 온돌에서 쉬고 샤워할 수 있는 휴게실이 있다. 건물에는 폐쇄회로(CC) TV 16대가 설치돼 장애인의 사고 여부를 관찰할 수 있다.

장애인은 언제든지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작업장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2인 1조로 배치된다. 재봉틀로 옷을 수선하던 소아마비 장애인 조금화(51)씨는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일한다는 느낌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장애인들은 근속 8개월이면 1200만~15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포스위드 박준석(56) 사장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큼 좋은 복지는 없다”고 말했다.  

포항=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직원의 30%(중증 장애인 비율 50%)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고, 출자 지분 50%를 넘는 자회사를 운영하면 고용 장애인을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지난해 1월 시행됐다. 최대 10억원의 지원금과 고용장려금 등이 지원된다. 50인 이상 기업의 의무고용률(상시 근로자의 2% 이상 장애인 고용)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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