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600만에 공관원 900명, 위험지역선 국민도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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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위험지역에서는 국민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27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오찬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다. 그는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관련, "지난 4월 초 이라크를 특정지역으로 지정했으나 아무리 말해도 교민들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외무장관 몇명씩 갈아치운다고 일이 되느냐"며 "외교부가 범죄자냐는 자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반 장관은 AP와의 통화문제에 대해 "AP와 진실게임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질의를 했는지, 직원의 관심을 끌만큼 물었느냐도 중요하다"고 했다.

반 장관은 또 김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직후 정부가 파병원칙을 재확인한 것이 납치범들을 자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테러의 협박에는 협상하지 않는 게 국제사회의 철칙"이라며 "정부가 굴복하면 테러범들은 또 다른 요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병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흔들리고, 국회의원들이 파병반대 서명을 하는 상황이 보도되면 납치범들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얼마나 만족하겠느냐. 같은 일을 다시 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반 장관은 업무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헌법에 따라 재외국민은 외교부가 보호하나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재외 공관원이 900명이 채 안되는데 재외국민은 600만명에, 한해 여행객이 700만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들은 100% 완벽한 걸 기대하고 불만을 표시하지만 일방적인 매도로 국제무대에서 낯을 들 수 없는 외교부 직원들은 공황상태"라고 호소했다. 그는 외교부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미국은 수십만 군대를 보내고, 수만명의 CIA가 풀어져 있지만 (인질을)구해냈느냐"며 "미국민은 국무부에 비난 전화 한통 없었다. 감정 표현은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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