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 ‘접대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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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자연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가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벌였던 접대 방식이 소속사 전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소속사 전 직원들은 “김씨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접대의 전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 접대의 첫째 원칙은 ‘슬라이딩’이었다. ‘슬라이딩’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납작 엎드려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까지 김씨 회사에서 일했던 A씨는 “김씨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면 해당 인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용차 트렁크에 고급 와인 등을 싣고 다니며 유력 인사들은 물론 그 부인들에게도 선물 공세를 펼쳤다.

김씨가 접대에 동원할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 김씨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B씨는 “김씨가 무명 연예인이나 지망생들을 술접대 자리에 수시로 불렀다”고 말했다. 이 여성들은 어떻게 접대에 나서게 됐을까. B씨가 기억하는 김씨의 모습은 이렇다. 여느 때처럼 김씨를 차에 태우고 퇴근시켜 주려던 어느 날이었다. 김씨가 차에 20대 여성을 동승시켰다. 그는 이 여성에게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들먹이며 “누구는 CF 하나로 수십억을 버는데, 너도 걔처럼 성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너도 뜨려면 힘 있는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놓아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B씨는 “이런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으며 (해당 여성은) 어김없이 접대 장소로 나갔다”고 주장했다.

A씨도 “약속이 잡히고 여성들을 접대에 불러내는 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보통 김씨는 연예인·모델 지망생 20~30명을 ‘아는 동생’이라고 불렀는데, 접대 전날 전화 한 통만 걸면 불려 나오곤 했다”고 말했다.

접대에 유달리 공을 들인 김씨였지만 모두가 VIP급 접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유력 인사가 아닌 경우엔 접대의 수준도 달라졌다.

A씨는 “유력인사를 접대해야 할 땐 강남 일대의 조용한 장소를 이용했지만 급(級)이 낮을 때는 삼성동 옛 사무실 1층 와인바에서 간단하게 와인 한잔하고 끝내곤 했다”고 전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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