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되찾는 이라크] 1. 연일 테러…주권이양 잘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이라크 중부 힐라의 주민들이 27일 시내 사담 후세인 사원 앞에서 전날 발생한 차량폭탄 테러로 파괴된 자동차를 치우고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로 40명이 숨졌다. [힐라 AP=연합]

오는 30일 임시정부에 이라크의 주권이 이양된다.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의 이라크 점령이 끝난다는 의미다. 이라크는 얼마나 빨리 홀로 설 수 있을까.

주권이양을 사흘 앞둔 이라크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저항세력과 테러단체들은 임시정부와 연합군을 흔들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고 주민들은 폭력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해 식량 사재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출근도 안 해=거세진 테러공격으로 주요 도시들은 반(半)마비 상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27일 전화통화에서 한 바그다드 주민 하이다르는 흥분했다. 운전이 생업이지만 며칠 전부터 일하는 것을 포기했다. "공무원들은 출근조차 하지 않고 있어 이양식 준비나 제대로 되는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최근 교전을 보고 있는 이라크인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방송에 나오는 화면에 의하면 기관총과 로켓포를 든 무장세력이 사격하는 장면만 나오고 이라크 군경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임시정부의 치안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연합군임시행정처(CPA), 바그다드 공항 등 연합군 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라크인들에 대한 보복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키르쿠크에서도 목이 없는 시신 두구가 발견됐고 바그다드에서는 목을 베는 살해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명분 살리기="저항세력들이 대대적으로 공세를 펴는 이유는 명분을 계속 살리기 위해서다"라고 이라크 전략문제연구소 사둔 압둘라이미 소장은 설명했다. 소장은 "이양식이 끝남과 동시에 저항세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이건 상징적이건 어쨌든 점령은 공식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 1년3개월 동안은 점령세력에 대한 공격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며칠 뒤면 그들의 폭력행위는 내부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명분을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소장은 지적했다.

◇점차 안정될 것=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는 주권이양 이후 치안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요르단 암만의 자와드 알하마디 중동연구소장은 과격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휘하의 마흐디군이 24일 일방적 휴전을 선포한 사실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소장은 "알사드르도 반군지도자가 되길 원하지 않고 있다"며 "외국에서 잠입한 테러세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저항단체들도 마흐디군의 예를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 치안회복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