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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영양, 저칼로리로 웰빙 심리 자극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26일 오후 서울 용산역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역점. 지하 2층 식품 코너로 내려가니 계산대 근처에 고급 브랜드 과자를 잔뜩 쌓아 놓은 특설 매장이 눈에 띈다. 수백 개의 과자 상자를 테이프로 이어 붙여 꽃마차 모양으로 만들고 알록달록한 풍선을 천장에 매달아 장식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이민호 분)가 오리온의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를 들고 있는 광고판도 세웠다.

“맛보고 가세요. 순수한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판촉사원들이 과자를 잘게 잘라 시식용으로 내놓자 지나던 고객들이 조금씩 집어 맛을 본다. 과자 네 상자를 쇼핑 카트에 담은 김경미(26)씨는 “합성 첨가물이 없는 순수한 먹거리라는 광고를 보고 즐겨 먹게 됐다”며 “조미료 느낌이 나지 않는 담백한 맛이 좋다”고 말했다. 과자 포장을 이리저리 살피다 두 상자를 구입한 허정무(38)씨는 “두 살짜리 아들에게 좀 더 안전한 과자를 먹이기 위해 프리미엄 과자를 골랐다”며 “다른 과자보다 비싸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프리미엄 과자를 홍보하던 판촉사원 정현진(26)씨는 “한번 사 갔던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출시한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확실한 고객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경기불황에도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프리미엄 과자’를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일반 과자보다 가격이 적게는 20%, 많게는 두 배가량 비싸지만 고급 재료를 골라 쓰고 합성 첨가물은 아예 빼거나 최소화한 것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체인인 훼미리마트의 전체 과자 매출에서 프리미엄 과자의 비중은 지난해 12월 8.7%였으나 올 2월에는 13.1%로 높아졌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는 21.8%로 치솟았다.

지난해 2월 ‘닥터유’, 지난해 12월 ‘마켓오’ 브랜드를 내놓은 오리온은 지난해 프리미엄 과자로 4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배 이상 증가한 10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올 2월에는 해태제과가 ‘뷰티스타일 슈퍼푸드’, 롯데제과가 ‘마더스핑거’를 출시했고, 첫 한 달간 20억~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전체로는 해태가 600억원, 롯데가 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제과 3사의 매출 목표를 모두 합치면 190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 김태욱 팀장은 “불황인데도 프리미엄 과자가 잘나가는 것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도 ‘웰빙 과자’가 일부 나오긴 했지만 지금처럼 인기를 끌진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안성근 과장은 “다른 업종에선 일찌감치 일반 제품과 프리미엄으로 시장이 분화됐지만 과자는 최근에야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제과업계로선 신천지가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 봉지에 3000원짜리도
프리미엄 과자는 원료 선택에서부터 일반 과자와 차별화하는 데 노력한다. 지난해 중국산 멜라민 성분과 각종 이물질 검출 파동을 의식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과자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마켓오’(4종)의 마케팅 포인트는 합성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과자가 20~30여 종의 원료와 합성 첨가물을 섞는 것과 달리 마켓오 제품은 10여 가지 천연 재료만 썼다고 한다. 제품 포장지에는 ‘합성 첨가물 무첨가’라는 문구를 눈에 띄게 표시했다. 과자 반죽을 인공적으로 부풀리지 않고 대관령 목장의 유기농 요구르트에서 얻은 천연 발효종(유산균과 효모균의 배양물)을 쓴다는 점도 강조한다.

‘마더스핑거’는 수입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국산 쌀가루를 주원료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수입 밀가루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것이다. 이전에도 쌀로 만든 과자가 일부 나오긴 했지만 뻥튀기 종류가 위주였다. 그러나 마더스핑거는 소프트케이크와 비스킷·스낵 등 다섯 종류의 쌀과자를 내놨다. 안 과장은 “그동안 쌀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점성(끈끈한 성질)이 부족해 반죽을 만들기 어려운 원료로 알려져 있었다”며 “오랜 기간 기술개발을 통해 점성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건강식 과자의 근거로 의사의 선택을 강조하기도 한다. ‘닥터유’는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 출신의 유태우 박사, ‘슈퍼푸드’는 미국의 의학박사 스티븐 프래트를 내세운다. 『누구나 10㎏ 뺄 수 있다』의 저자인 유 박사는 비만 관리와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프래트 박사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슈퍼푸드』의 저자다.

닥터유(10종)는 콩·보리·통밀 같은 곡물을 주원료로 칼로리는 낮추고 단백질·비타민·식이섬유의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닥터유는 2007년 초 유 박사의 “과자 하나만으로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균형을 맞춘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후 10개월 동안 유 박사팀과 오리온 연구소가 공동으로 신제품 연구를 진행했다. 유 박사팀은 영양을 중시하고, 오리온은 맛을 강조해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프래트 박사의 ‘슈퍼푸드’는 노화 방지와 장수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콩·귀리·블루베리·브로콜리 등 14가지 식품을 가리킨다. 해태가 개발한 슈퍼푸드 과자의 주원료다. 해태는 슈퍼푸드란 브랜드로, 비스킷·소프트케이크·스낵 등 과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껌·사탕·초콜릿까지 모두 11가지 제품을 출시했다. 해태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해 ‘뷰티스타일’이란 브랜드도 덧붙인다.
 
좋은 곡물 원료로 영양 균형 배려
프리미엄 과자는 이름을 외우기가 쉽지 않다. 새우깡·초코파이 등 세네 글자가 대부분인 일반 과자와 달리 제품명을 길게 지었기 때문이다. 특히 닥터유와 슈퍼푸드는 20~30자가 넘는 서술형 이름도 있다. ‘6가지 야채의 영양을 고루 담아 1등급 국내산 우유로 반죽하여 부드럽게 구운 골든키즈’(닥터유)나 ‘영양이 풍부한 제스프리 제주산 골드키위가 담긴 골드키위케익’(슈퍼푸드) 하는 식이다. 제품명에 원료나 제조법, 원산지 지명 등을 상세히 넣어 소비자의 신뢰감을 얻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해태제과 소성수 팀장은 “과자 이름에도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의 개념을 도입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맛은 대체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편이다. 일반 과자에 비해 당분과 첨가물을 줄였기 때문이다. 재료의 맛도 비교적 잘 느껴진다. 다만 해태의 슈퍼푸드는 과일·야채의 향과 달콤한 맛이 비교적 강하다. 소 팀장은 “소비자가 과자를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맛”이라며 “물론 영양 균형이 중요하지만 맛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는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 마더스핑거·닥터유가 중저가라면, 마켓오·슈퍼푸드는 비교적 고가에 속한다. 포장지에 적힌 희망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마더스핑거는 지금까지 출시된 과자 4종 중 3종이 1500원짜리다. 닥터유도 1000~2000원대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마켓오와 슈퍼푸드는 희망 소비자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원하는 가격을 붙이는 방식(오픈 프라이스)을 채택했다. 편의점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가격은 2000~3000원대다. 제품 포장지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무심코 집어 들었다간 계산대 앞에서 당황할 수 있다.

포장도 일반 과자와 차별화된다. 원료로 사용된 곡물이나 과일을 강조해 그려 넣고,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글도 길게 들어간다. 소비자에게 건강한 재료를 썼을 것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포장지 앞·뒷면의 그림이 복잡해 자칫 어지러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어 이름을 한글보다 크게 써 넣은 경우가 많아 얼핏 보면 외국 과자와 혼동할 수도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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