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후세인 여전히 위험 전범기소등 통해 이라크서 축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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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담 후세인은 '결코 죽지않는 강시 (강屍)' 같은 존재다.

미국이 그를 영원히 땅에 묻었다고 여기고 있는 동안에도 그의 심장은 관아래에서 힘차게 뛰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무덤밖으로 기어나와 세상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그저 분노에서 비롯된 소음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를 이제는 더이상 '무섭고 위험한 인물' 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무능하고 변덕스러운 '깡패 두목'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생각은 사담과의 대결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미국의 지도력이 윤리적 측면과 전략적 측면에서 훼손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사실 사담과의 대결이 벌어질 때마다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씩 멍들어갔다.

아랍국가들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사담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담이 정권을 유지함으로써 유가 (油價) 통제나 이라크 시아파와 쿠르드족에 대한 제압등 아랍국가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아랍국가들은 사담의 권좌유지가 미국의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점차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그 결과 프랑스.러시아 등이 이라크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책과 일정 부분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나타나는게 문제다.

유엔사찰단내 미국인들에 대한 사담의 도전은 결코 일시적인 위협이 아니다.

사태해결을 위해 유엔고위대표단과의 즉각적인 회담에 동의함으로써 사담은 자신이 유엔은 물론 미국 등 서방국들로부터도 인정받는 합법적인 지도자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부시대통령은 사담을 히틀러에 비교한 적이 있다.

쿠르드족에 대한 잔인한 인종학살, 신경가스 사용, 쿠웨이트인들에 대한 강간 등 잔혹행위가 히틀러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라크의 대표단은 유엔인권위원회 주요 국제기구에 점잖게 앉아 있다.

이제 과거처럼 '미사일 파티' 를 벌여봐야 득보다 실이 더 클 뿐이다.

사담의 정통성을 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사담과 그 추종세력들을 전범으로 기소해야 한다.

유엔 및 산하 국제기구에서 사담의 신임장도 무효화시켜야 한다.

이라크 망명정부의 수립을 돕고 이를 승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지적했듯 악은 결코 분리시키거나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담이 무덤밖으로 기어나올 때마다 국제사회가 그의 생존을 돕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리 =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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