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케스트라 어디로] 4.끝 어릴때부터 단원양성 힘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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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교향악단 연주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간에 '대화' 가 오가는 협주곡이다.

협주곡을 연주할 때 단원들은 연주자인 동시에 독주자의 연주기량을 감상하는 청중이기도 하다.

이들은 눈부신 기교를 자랑하는 협연자의 독주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어렸을 때는 독주자가 되는게 꿈이었지. 하지만 너도나도 솔리스트만 하겠다면 오케스트라는 누가 맡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좌절된 독주자의 꿈을 못내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솔리스트 못지않은 성취감과 긍지로 연주에 임하고 있는가.

문제는 음악대학의 커리큘럼이 오케스트라 단원보다는 독주자 양성을 위한 개인 실기레슨 위주로 꾸며져 있어 오케스트라의 핵심인 앙상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어릴 때부터 입시다 콩쿠르다 해서 개인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앙상블의 기본인,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듣는 훈련' 이 부족한 실정이다.

'개인 플레이' 는 축구에서뿐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도 발전을 저해하는 적 (敵) 이다.

'함께 음악 만들기' 의 묘미를 터득하려면 어릴 때부터 앙상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매년 1백명에서 1백50명의 지원자 가운데 3~4명의 단원을 선발하는데 오디션은 2분밖에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해요. 남편이나 아내보다 우리 악단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구하려면 말입니다.

단원 최종선발은 순회공연에서 결정합니다.

함께 공연을 다니는 동안 골치거리로 판명되면 두번 다시 부르지 않습니다."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스의 음악감독 네빌 마리너의 말이다.

앙상블 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 교향악운동. 유네스코 산하의 청소년 음악연맹 (주네스 뮤지칼레.JM) 이 주도하는 월드오케스트라는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온 청소년들에게 앙상블 경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 악단 출신들이 베를린필.런던필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중이며 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 (서울시향 악장).장민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 씨도 이 월드오케스트라 출신이다.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는 유럽공동체청소년교향악단 (EUYO) 은 14~23세 유럽 청소년들중 매년 1백40명을 선발한다.

EUYO는 매년 한차례 유럽의회 개막식에서 EU의 공식 국가 (國歌) 인 베토벤 '합창교향곡' 을 연주하고 있다.

런던심포니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있는 니콜라스 로드웰 (영국왕립음악원 교수) 도 EUYO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이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 청소년오케스트라로는 유일한 케이스다.

지난 84년9월 지휘자 박은성 (한양대교수) 씨의 주도로 창단돼 현재 김종덕 (서울대교수) 씨가 상임지휘를 맡고 있다.

창단 초기에는 단원들은 지도교수들로부터 '개인 연습이나 잘 하라' 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오케스트라 경험이 풍부한 음악인들을 지도위원으로 영입, 파트별 트레이닝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 출신으로는 현재 KBS교향악단의 송정민 (클라리넷).신현석 (호른).임시원 (트럼펫).이지영 (플루트).김혜원.황미령 (바이올린) , 서울시향의 김미연 (바이올린).곽정선 (바순).정은원 (클라리넷) 씨, 부천시향의 이석준 (호른) 씨등이 활동중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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