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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따기] 15권짜리 불교대사전 펴내기 시작하는 지관스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때인 372년. 그후 1천6백여년동안 불교가 민족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건만 그 오묘한 세계를 집대성한 사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관 (智冠) 스님 (66.가산불교문화연구원장.前동국대총장) 이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펴낼 '불교대사전' (총15권) 은 불교계만이 아니라 학계에서도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시대 대표적 학승 (學僧) 인 스님이 사전을 편찬하는 뜻은 이런 말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뿌리깊은 나무라야 해마다 많은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불교에서도 교학의 전통이 깊어야 수행도 활짝 꽃피울 수 있는 법이다."

14세 나이로 출가한 뒤 운허 (耘虛).자운 (慈運) 스님등을 배우면서 얻었던 깊고 넓은 불교의 세계를 이제는 후배들이 섭취할 자양분으로 내놓는다는 뜻이다.

지관스님이 '불교대사전' 편찬에 착수한 것은 지난 83년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할때부터. 그뒤 90년 동국대 총장을 그만둔 뒤 서울 한복판 대학로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을 열면서 본격화 됐다.

어느새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물이 다음달 'ㄱ' 항 두권으로 묶여져 나온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운허스님의 '불교사전' (1961년刊) 이나 월운스님이 95년에 펴낸 '선학사전' 에 비하면 양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비교도 안된다.

명실공히 선학 (禪學) 과 교학 (敎學) 을 두루 아우른 대사전이다.

대사전에 담길 총항목은 20여만개. 팔만대장경은 물론이고 현존하는 우리나라 불교관련 전적을 샅샅이 뒤지고 항목을 추려내는 작업에만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불교계에서 내외전 (內外典)에 두루 밝은 지관스님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도 2년이 더 흘러서야 겨우 'ㄱ' 항에 담길 항목 1만7천개에 대한 원고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바로 지난 9월이었다.

저술.사찰.불교예식.불교교리.불교미술.불교식물등 불교적 색채가 약간만 들어가면 모조리 뽑았다.

대사전의 진면목은 이런 방대함외에도, 해당항목이 담긴 원전을 그대로 옮기고 한글로 쉽게 풀었으며 더 깊이 파고들려는 이들을 위해 각항 끝부분에 원전들을 많이 적어놓는 친절함에 있다.

사찰의 경학전문교육기관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강원 (講院)' 을 예로 보면 운허스님의 '불교사전' 에는 아예 항목 자체가 안 보이지만 '불교대사전' 에는 무려 3쪽에 이른다.

강원의 역사와 학제와 과목등이 망라된다.

"한국 전통불교를 현대적 문법으로 재생시키고 대중속에 부처님이 설파하신 나눔과 자비의 큰 뜻을 펴겠다" 는 스님의 평소 지론이 이 사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스님은 20여년 가까이 기거하고 있는 서울 정릉의 경국사 (慶國寺) 로 '퇴근' 해서도 집필작업을 놓지 않는다.

"죽기 전에 다 할 수 있을까. 대충의 원고작업만이라도 끝내야 할텐데…" 하는 생각에서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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