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 홍콩 부동산업계, 주가폭락으로 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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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빚더미에 올라 있는 홍콩의 부동산회사들이 지난달 23일의 주가 폭락이후 부동산값 하락과 이자부담 급증이라는 이중고 (二重苦) 를 겪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 은행들이 부동산 회사들의 토지 매입.개발을 위해 빌려준 돈은 지난 6월말현재 미화 5백10억달러. 전년동기 대비 40%나 늘어났다.

홍콩 부동산회사들은 대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장부상 부채액을 줄이고 있다.

이 바람에 이들의 전환사채 발행액은 7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홍콩 금융시장의 금리가 오를 경우 이들 업체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때문에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들에게도 부실채권의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골드만 삭스의 은행분석가 로이 라모스는 "부동산 시장에 나간 대출금때문에 홍콩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향후 2~3년간 두 배로 늘어날 것" 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럴 경우 홍콩증시 시가총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재벌과 은행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부동산업체, 특히 막대한 임대 계약물량과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6대 대형 업체들에 미칠 영향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홍콩 은행들은 대부분 자본준비금 측면에서 미국.유럽의 은행들보다 더 낫고 재정상태도 안정돼 있다.

홍콩 금융당국은,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지난 6월이후 부동산 대출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금 5백10억달러중 3분의1이, 전체 대출금 (1천60억달러) 중 상당부분이 주택저당채권 시장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은행 경영이 위험상태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홍콩 시티은행의 책임자 T.C.찬은 "부동산업체들의 이자부담은 지난 몇개월간의 평균치보다 50~60%가량 급증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홍콩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아시아 통화위기전까지 연6%였다가 최근 연14%로 뜀박질한 3개월짜리 은행간 금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쟈딘 플레밍은 홍콩의 대표적 20개 부동산업체들의 자기자본에 대한 순부채 비율을 평균 18%로 산정했다.

말레이시아 업체들이 25%, 싱가포르는 45%, 태국의 경우 1백8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훨씬 낮은 수치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으로 감춰져 있는 빚들까지 감안하면 홍콩이 결코 낮다고 말할 수 없다.

예컨대 4억1천5백만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라이순개발의 경우 이를 계산에 넣으면 그 비율은 평가기관에 따라 최고 80%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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