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지도부 5인 대화록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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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 우리 당이 중심이 돼서 DJP야합을 분쇄해야 한다.

부패의 상징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차세대를 어떻게 가르치는가.

DJP연합은 노정객의 권력욕을 지나서 망국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21세기를 혼란.모략.정쟁 (政爭) 으로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덕룡 = 현재의 상황이 네탓이 아니라 내탓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DJP연합은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분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이 중심이 돼서 DJP연합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묶고 당의 단합을 확고하게 해야 한다. 당 단합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명예총재와 총재의 갈등을 확대시켜서는 안된다.

'나갈테면 나가라' 는 식의 극단적인 발언이 나와서는 안된다.

당론이 대통령중심제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문민정부와 단절한다든지 하는 정체성을 상실하는 얘기들이 나와서도 안된다.

▶박찬종 = 집권여당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수당만 있다.

당파싸움.탈당사태.생떼만 있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총재 혼자서 짐을 지지 마라. 구당 (救黨) 회의에서 의견을 수렴해 책임을 나눠야 한다.

대통령과 총재간 갈등과 이로 인한 탈당사태를 푸는데 활용하라. 李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김대중 대통령 시대보다 정의롭고 원칙을 지키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국민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지율이 왜 이런가.

내탓이라고 생각하고 곰곰 생각해봐라. 반DJP연대가 탈당의 명분이 돼서는 안된다.

김태호 (金泰鎬) 사무총장처럼 '나갈 사람 나가라' 는 식으로 하면 무엇으로 표를 얻을 수 있겠느냐.

▶이회창 = 당을 화합하고 단결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과감히 개선하고 실천하겠다.

▶김윤환 = 아무 후보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연대를 하겠다는 국민연대추진협의회의 발상은 실현성이 없다.

어디까지나 우리당 후보를 중심으로 반DJP를 추진해야 한다.

정당인이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후보를 제치고 다른 세력의 후보를 내세운다면 정당의 존립가치가 없다.

정당이라면 자기들이 뽑은 후보를 중심으로 연대를 해나가야 한다.

▶이회창 = 김덕룡 위원장이 제기하는 반DJP는 순수하고 우리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소수 인사들은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이인제 전지사를 염두에 두고 반DJP를 주장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얘기하는 것은 DJP식의 연대와 다를 것이 없다.

우리당이 제일 큰 여당이고 또 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가 대선운동을 하는데 백지선상에서 결합하자는 것은 저의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국민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후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를 충분히 마련할 것이다.

DJP의 부도덕성이 온 국민에게 알려져 있어 우리가 힘을 합치면 틀림없이 이길 수 있다.

나는 대선에 진력하고 당의 진로는 여러분들이 책임지고 운영해달라.

▶김덕룡 = 내가 반DJP를 얘기한 것은 우리당만으론 정권재창출이 어려우니 DJP를 막기 위해 세 (勢) 를 결집하자는 뜻에서 얘기한 것이다.

이인제가 되어야 한다든가, 후보를 교체한다든가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다.

▶이한동 = 여론지지도가 좀 떨어져 있어 당내에 패배의식이 없지 않다.

그러나 패배의식을 모두가 버려야 한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만나 설득을 해봤으나 안되더라.

▶이회창 = 우리 힘만으로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DJP연합보다 큰 당이 우리 당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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