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중국 여성에 인기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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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위기가 중국 미혼 여성들의 국제결혼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캐나다, 미국에 이어 결혼 선호도 3위를 차지하던 한국 남성 인기도가 금융위기 이후 6위로 급전직하했다. 인기도 하락 폭이 중국 위안(元)화 대비 한국 원화 가치와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청년보는 25일 결혼정보업체 훙냥(紅娘)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금융위기 전후로 중국 여성들의 국제 결혼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65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9월 중국 여성들의 국제결혼 행복지수는 평균 72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43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제결혼 행복지수는 평균 54점으로 하락했다.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의 비율은 16.8%로 나타나 금융위기 발발 이전의 42.5%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제결혼 선호 국가의 순위도 큰 변화를 보였다. 금융위기 발생 전 국제결혼 선호 상위 국가는 캐나다, 미국, 한국,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영국, 호주 순이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같은 순위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미국, 한국, 프랑스, 네덜란드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선진국들이 상위권으로 약진한 반면, 위안화와 대비해 돈 가치가 떨어진 국가들의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결혼정보업체 훙냥의 팡팡(方芳) 수석 결혼설계사는 “동서양 문화 및 생활 방식 차이 외에도 내성적이고 보수적인 중국 여성들은 자신과 다른 가정 관념을 갖고 있는 외국 남성과 갈등을 겪는다. 이 점이 국제결혼 실패의 큰 요인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팡 설계사는 “가정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저축 후 소비’에 매달리지만 외국 배우자는 개인 신용체계와 소비습관의 영향으로 미래 수입을 ‘가불’하는 소비관념이 보편적”이라며 “이에 따라 외국 보통 가정의 은행잔고가 개발도상국인 중국 도시가정보다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중국 여성들이 국제결혼에 대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3%였던 중국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겠다는 중국 여성들의 비율은 68%로 증가했다.

정리=선우경선 중국연구소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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