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도 총재도 없는 당" 말문 막힌 자민련 의원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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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후보도 총재도 없는 당이 돼버렸다. " (韓英洙 부총재) 31일 DJP단일화 합의문을 최종 승인하기 위해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는 2시간만에 끝났다.

국회 145호실 의총회의장을 빠져 나오는 37명 소속의원들의 표정은 착잡하다 못해 창백하기까지 했다.

김종필자민련총재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담았다.

"여러분의 흉중이 복잡한 것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으나 이 사람의 마음은 더 복잡하다" 고 말했다.

"정치생활 37년간 나는 나를 앞세우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 며 "우리당의 선택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고 어떤 경우에도 자민련은 없어지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열린 의총은 보도진의 '귀' 까지 막기 위해 마이크를 끄고 육성발언토록 했다.

7명의 의원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문 내용중 '국무총리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는 조항은 여러 의원들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다.

"11월3일에 있을 서명식에 소속의원들이 줄줄이 다 서명할 필요가 있느냐" 는 지적에 金총재는 즉각 이를 수용했다.

김용환부총재는 바로 한광옥 (韓光玉) 국민회의 부총재와 연락을 취해 "두분 총재만 서명키로 하자" 고 합의했다.

화려한 축제 이벤트로 단일화 서명식을 끌어가려던 지도부의 계획이 좌절된 것이다.

이원범 (李元範) 의원은 "의원들의 연대서명은 국민회의를 못믿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못믿겠다면 왜 단일화를 하느냐" 며 "일부 의원들의 지역구 사정도 생각해 두분 총재만 서명케하자" 고 제안했다.

이인구 (李麟求) 의원은 찬성입장을 밝히면서도 "아무리 단일화가 중요하기로서니 당의 총재까지 바꿀 수야 없지 않은가" 고 반발했지만 金총재는 朴의원 총재체제를 거듭 확인했다.

박철언 (朴哲彦) 부총재는 찬성의사를 밝히면서도 "정권교체와 내각제 개헌이라는 국민적 대의명분만 당당하게 밝히면 됐지 구구하게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비치는 내용이나 표현엔 문제가 있는것 아니냐" 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의 '역사적인 의총' 에 탈당설이 나도는 이의익 (李義翊) 의원을 비롯, 정석모 (鄭石謨).조영재 (趙永載) 의원등 8명이 불참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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