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검찰이 한나라 선거 하수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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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검찰이 한나라당 선거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 있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5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강력한 불만을 드러냈다. 수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강한 톤이었다. 지난달 안희정 최고위원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소환될 때만 해도 정 대표는 검찰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삼갔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번에는 “검찰이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피의 사실은 계속 중계방송 하면서 여당 쪽 피의 사실은 묵묵부답”이라며 “여당이 어떻게든 재·보선에 이런 것(검찰 수사)을 악용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 대표의 톤이 높아진 건 검찰 수사가 노건평씨를 넘어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 당내 친노무현 그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 그룹은 수도권 386 그룹과 함께 정세균 체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그런 만큼 정 대표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이 의원은 정책 부문 아이디어 뱅크였고, 원내수석부대표인 서 의원은 대여 투쟁의 선봉이었다. 두 사람은 “합법적인 후원금 외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당내에선 “재·보선이 코앞인데 도대체 (검찰 수사의 선이) 어디까지냐”는 우려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공천 문제까지 겹쳤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금까지 보여 준 당 내부 갈등만으로도 이번 재·보선은 반쯤은 여당에 지고 시작하는 게임”이라며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정국을 반전시킬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고심거리다.

◆“형은 워낙 촌사람이라…”=측근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조용하다. 김경수 비서관은 “간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것 외에 외부 일정은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달 8일 봉하마을 자택을 찾아온 정 대표에게 노 전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형은 워낙 촌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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