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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이런 취미 요런 재미] 포슬린 페인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뭔가 배우고 싶다’. 일과 삶에 지쳤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 번은 새로운 배움을 꿈꾼다. 그런데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는 막막하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지루한 삶에, 지친 삶에 맛깔스러운 양념 같은 역할을 해줄 만한 배울 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배움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는 사람들도 만났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박현숙(32·여·사진)씨는 자신을 포슬린 페인팅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2년 전 경기도 이천에 33㎡의 작은 공방을 차리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흰 그릇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게 바로 포슬린 페인팅이다.

그는 미대 출신도 아니고, 어려서 그림을 배우지도 않았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문화센터에 다니며 그림과 공예를 취미 삼아 배웠다. 그러다 만나게 된 것이 포슬린 페인팅이었고, 이게 그의 인생을 순식간에 바꾸어 놓았다.

“아무 특징 없는 하얀 그릇에 몇 번 색을 칠하고 나면 완전히 다른 그릇으로 바뀌는 게 마법 같았어요.”

그는 6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포슬린 페인팅에 매달렸다. 직장이 이천에 있었던 터라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와 ‘포슬린 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결혼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때였지만 주말시간을 온전히 포슬린 페인팅에만 바쳤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주말 서울행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차분히 앉아서 그릇에 예쁜 그림을 그린 게 오히려 태교가 됐는지 딸이 순하고 명랑하다”며 자랑했다.

그가 꼽는 포슬린 페인팅의 매력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도 선 긋기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 따라 하기 쉽단다. 또 ‘그날 그날 성과가 보이는 것’도 매력이다. 아카데미나 공방에 나가는 둘째 날이 되면 내 작품 하나는 가져갈 수 있단다. 보통 첫 날 선 긋기 수업이 끝나면 둘째 날부터 기초적인 꽃 그리기 작업을 한다. 박씨는 “화려하고 복잡한 풍경을 탐내지 않는다면 소박한 꽃을 그린 그릇 하나는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림을 잘못 그려도 수정할 수 있는 것’도 매력으로 꼽았다. 유약 처리가 된 자기 그릇 위에 그리기 때문에 선을 잘못 그었다고 해도 가마에 넣기 전이라면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미 가마에 구워 유약 밑으로 색이 스며든 상태라도 여러 번 칠하고 굽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쉽게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작정 좋아서 시작한 취미생활은 박씨에게 ‘새 삶’을 살게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 근처에 작은 공방을 차린 것이다. 요즘은 수강하겠다며 찾아오는 이도 늘어 10여 명에게 포슬린을 가르친다.

“미대를 갔다면 포슬린 페인팅을 배우지도 않았을 거고, 아마 포슬린 페인팅 아티스트가 못 됐을 거예요. 결국 저는 그림을 그리는 꿈을 이뤘고, 매일 눈 뜰 때마다 오늘은 그릇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면 신이 납니다.”

박씨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했다. 그건 이천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란다.



포슬린 페인팅 배울 수 있는 곳

선포셀린

서울 논현동 80-24 한솔빌딩 02-546-7544 www.sunporcelain.com

지민아트 포슬린페인팅아카데미

서울 논현동 241번지 강남 동양파라곤 B-1601호 02-517-3873 www.jeaminart.com

이자방 포셀린아트아카데미

서울 방배1동 905-7 청해빌딩 02-585-2351 www.leejabang.co.kr

황경희포슬린아카데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 예술마을 헤이리내 132번지 031-946-9870 www.heeporcelain.com



집에서 칠하고 공방에서 구워요

아무 무늬 없는 흰 접시는 지루하다. 똑같은 그림이 찍혀 있는 접시는 이내 싫증이 난다. 그럼 지루하지 않고 싫증나지 않는 접시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직접 그리면 되지’. 그래서 포슬린 페인팅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봤다.

서울 논현동의 포슬린(자기) 페인팅 아카데미 ‘선포셀린’이다. 이곳에선 수강생 서너 명이 고개를 숙인 채 책상에 앉아 조용히 붓질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강생의 손마다 들린 붓이 소리 없이 오가면 하얀 그릇에 알록달록한 꽃과 풍경이 입혀지는 광경이 희한했다. 정은하 실장은 “포슬린 페인팅은 처음 온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어 강의를 하거나 하는 요란한 과정이 필요 없다”고 했다.

과정은 단순한 듯하지만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60가지의 색 안료에 오일을 섞어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고, 그릇에 착색이 되도록 800도 가마에 굽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간단한 그림은 두 번 정도, 복잡한 그림은 열 번 이상 굽는 과정을 반복한다. 긴 과정이지만 이를 통과하면 아무 특징도 없었던 흰 자기 그릇은 멋진 디자인 그릇으로 탄생한다. 세제로 문질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포셀린 페인팅은 두 가지가 있다. ‘드레스덴 기법’과 ‘아메리칸 기법’이다. 드레스덴 기법은 둥근 붓을 이용해 그리는 간단한 그림이다. 포인트가 되는 작은 그림을 여러 개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메리칸 기법은 좀 더 고급 과정이다. 납작한 붓을 이용해 바탕까지 색을 채워 넣는다. 그림에 명암까지 넣어 좀 더 화려하고 회화적인 느낌이다.

포슬린 페인팅에 어느 정도 숙련이 됐다면,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다. 집에 있는 흰 그릇에 붓·안료·오일과 붓 세척제만 있으면 된다. 색을 칠한 뒤 가마에 구울 때는 공방의 가마를 이용할 수 있다. 한 번 소성할 때의 비용은 1000원. 안료는 5g에 3000~7000원 선이다.

나뭇잎 접시 페인팅 과정 1. 나뭇잎 도안 밑에 먹지를 대고 그릇에 그린다. 2. 녹색 가루 안료를 오일과 섞는다. 안료가 묽으면 가마에 구울 때 색이 번질 수 있으니 조금 뻑뻑한 농도로 맞춘 뒤 그릇에 칠한다. 3. 800도의 가마에 10시간 정도 굽는다. 4. 그릇의 나머지 부분에 색칠한 뒤 가마로 굽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그릇 테두리를 금색으로 칠한 뒤 가마로 굽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하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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