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MBC베스트극장 '대통령과 TV'…마을에 한대뿐인 TV의 에피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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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그 시절, 마을에 단 한 대뿐인 TV가 놓인 대청마루는 안방극장을 방불케했다.

TV보려고 모여든 동네사람들은 열려진 사립문사이로, 담장너머로 천진한 얼굴을 내밀고…. 어느 TV수상기 광고가 그려낸 '그 시절' 의 한 장면이다.

실은 그렇게 정겹기만하지는 않았다.

희소가치가 주는 권력, 이 권력을 쥔 자가 즐기는 인기와 선심 (善心) , 여기서 소외된 인물의 갈등. 이렇게 어마어마하고도 미묘한 정치심리극의 가능성이 그 시절 TV뒤에는 숨어있었다.

31일 밤9시55분 방송되는 MBC베스트극장 '대통령과 TV' 는 이 미묘한 갈등을 드라마의 전면에 끌어낸다.

무대는 70년대 시골마을. 어린 시절 시찰나온 박정희대통령을 만난 이래 대통령의 꿈을 키우는 초등학생 현수가 주인공이다.

성적도 전교 1등. 친구들 사이에 우상처럼 생활하던 현수에게 어느날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

서울서 전학온 영준이 첫날, 자기꿈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처음에는 현수에게 밀리는 듯하던 영준. 역전의 무기는 바로 TV다.

동네에서 한대뿐인 영준네TV를 보기위해 아이들은 영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들을 통해 정치권력에 대한 우화 (偶話) 를 그려내는 설정은 흡사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나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 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TV라는 장치가 동원된 권력관계는 이내 어른들사이의 갈등으로 확장된다.

영준의 할머니 상주댁은 외롭던 처지에 아들이 가져온 TV로 동네아낙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되고, TV에 나오는 가수가 되고 싶은 현수누나 미영은 아버지의 반대끝에 집을 나가는 사건을 벌인다.

TV때문에 외톨이가 된 현수는 새총으로 브라운관을 부수려고까지 하게된다.

그런데 그 순간, 화면에 누나 미영이 나오는 게 아닌가.

미영은 가수의 길을 포기한 대신, 노래자랑에서 TV를 부상으로 받아 집에 돌아온다.

드라마 바깥은 지금 90년대. TV 한 대 갖고 온마을에 유세부리던 시절은 지났다.

초등학생 너나없이 '장래희망 - 대통령' 이던 시절 역시 지났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어른들은 여전히 득시글거린다.

권력을 쥔 자와 못 쥔 자 사이의 갈등 역시 인간사를 관통하는 주제. 현수와 영준의 갈등이 어떻게 해서 대화합의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지 지켜보시길.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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