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신세대]下.정상회담 결산·전망(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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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간의 29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지만 두 나라가 앞으로 '대결' 보다 '협력' 을 지향키로 큰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회담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손을 잡는 것만이 상호 유익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양국 정상은 이같은 기조에 따라 ▶대량살상무기 확산 억지 ▶경제관계 확대 ▶주변정세 안정에 대한 협력 ▶마약.범죄.환경등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위협요인에 관한 공동보조등에 공감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에 대한 핵설비.핵기술수출 중지와 미국산 핵발전설비 수출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소득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아울러 양국정상간 핫 라인을 설치해 예기치 않은 사태에 대비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든가 해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양국 군부간의 협력협정 체결, 클린턴대통령의 내년도 방중 (訪中) 을 포함한 양국 정부 각급인사들의 회담 정례화 합의등도 향후 양국관계가 대립 아닌 협력의 길로 접어드는 데 일조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자회견때 클린턴이 밝힌대로 보잉사가 30억달러에 달하는 민간여객기 50대를 중국에 판매키로 합의한 것도 미 기업들에는 청신호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문제는 실무진의 추가논의에 맡겨두고 가입시한을 못박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가입원칙에 대한 미국의 찬성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국 정상은 또 공식회담의 첫머리에 전략적 관심사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했으며 진전없는 4자회담 추진을 위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아울러 북한의 현상황과 관련, 한반도 안정에 공통의 우려를 표명하고 식량난 해소에 양국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도 견해를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형식과 예우를 중시한 중국과 경제적 실익및 미국적 가치확산을 앞세운 미국의 입장이 대조를 보인 회동이었다.

공동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인권문제에 대해 예상보다 단호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미 정부관리들은 미국내 인권및 종교단체들의 반발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 의회내 반발세력과 비정부단체들은 향후 중국정부의 조치를 관망하며 클린턴정부에 대한 압력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양국의 공동이해가 걸려있는 경제.통상분야에서는 협력을 기조로 관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또한 중국정부의 시장개방 속도나 공정하고 개방된 무역관행 정착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양국은 전세계적 과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를 지향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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