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공급가 공개 … 이번엔 방법 놓고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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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방법을 두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별 기름 판매가격 공개를 규정한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1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구체적 공개 방법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 최근 예고했다. 이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5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정유사는 업체 실명으로 주간과 월간 단위로 각 주유소에 파는 석유제품(휘발유·경유 등)의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공급가격을 합쳐 평균한 가격을 일주일 단위로 알리고 있다.

정유사는 정부안이 업체의 영업비밀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홍보부장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유사가 경쟁할 수 있는 건 공급가격뿐”이라며 “가격이 공개되면 영업활동이 무의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일정 기간별로 최고 판매가격과 최저 판매가격 등 2개의 가격을 공개하거나 업체 이름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실명이 공개되면 공급자 간 경쟁을 촉진해 기름값의 투명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정상필 기획팀장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공개는 주유소 입장에선 사들이는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어서 주유소의 영업비밀일 수도 있지만 공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값이 높은 책임을 그동안 주유소가 떠안았던 점이 개선될 수 있고, 정유사 간 경쟁으로 제품 값이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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