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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많은 가게 비밀 아닌 비밀은 아이 봐주고, 같이 수다 떨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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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관리점을 운영하는 노명희씨左가 손님이 피부 관리를 받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동네 사랑방이 되다시피 한 노씨의 가게는 단골이 많아 불황에도 매출이 꾸준하다. [강정현 기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손님이 없어 한숨짓는 자영업자가 많다. 요즘은 동네 상권에도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여러 개다. 고객 끌어들이기 전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 이럴 때 버팀목이 돼 주는 게 단골이다. 단골이 많은 가게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불경기엔 품질과 정성, 자신만의 노하우로 손님의 발길을 붙잡는 게 힘이 된다.

글=김성탁·김기환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불황 속 창업시장에서 20대 80의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 20%의 고객이 80%의 매출을 올려 준다는 것이다. 불경기에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지 않고선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존 단골 고객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해진다.

단골 손님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진정한 경쟁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 없이 친근함과 서비스만으로 단골을 늘리긴 힘들다”며 “이에 더해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신뢰와 성실이 단골 확보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동네 사랑방 되니 매출 쑥

딸 둘을 둔 전업주부였던 노명희(45)씨는 2006년 3월부터 피부 관리를 하는 ‘피부천사’ 서울 당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불황이 되면 우선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노씨의 가게는 매출 감소가 거의 없다. 단골이 많은 덕분이다. 노씨는 사업 초기부터 피부 관리는 직원들에게 맡기고 고객 관리에만 전념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고부 갈등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눴다. 갱년기를 거친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점포의 주 고객인 40~50대 여성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 사랑방이 되다시피 했다.

젊은 주부들이 피부 관리를 받을 때면 아이들을 돌봐줬다. 요즘은 잠깐 외출할 때 아이를 봐 달라고 맡기는 손님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여기에 작은 사은품 증정에서부터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 발 마사지를 해주는 등 사장으로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곁들였다.

종업원의 만족도와 기분 상태도 단골 확보에 영향을 끼친다. 노씨네 가게의 종업원들은 1년 이상 근속하고 있다. 그는 “결혼한 30대와 미혼인 20대 관리사가 있는데, 남편이나 남자친구 이야기를 함께하며 자매처럼 지낸다”고 소개했다. 그의 매장 주변엔 개점 초기에 비해 경쟁 점포가 두 배 이상 늘었다. 고객이 편하게 드나드는 공간을 만들어낸 노씨는 불황에도 월 2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고객별 입맛 기억해 맞춤형 서비스

음식 관련 사업은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주인이 주방이나 식재료 관리에 매달리다 보면 단골 관리는 물 건너간다.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고객에게 투자할 시간을 내는 게 좋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동구청 근처에 남원골미당추어탕 가게를 낸 이승우(42)씨. 그는 “단골을 관리하기 위해선 주인이 먼저 주방을 장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어탕집 이전에 백반집을 운영했는데, 조리장이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고객을 관리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는 그래서 복잡하지 않은 단일 메뉴로, 본부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재료를 공급해 주는 업종을 택했다. 주방 걱정을 덜면서 단골 확보에 전념하게 됐다.

인근에 구청을 비롯한 관공서와 대기업이 많고 주택가가 가까워 직장인과 가족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들르는 손님을 단골로 보고 직접 서빙하며 밀착 관리에 나섰다. 이런 손님들은 입맛을 기억했다가 튀김용 간장 소스나 음식의 맛을 조절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했다. 자신의 입맛까지 챙겨 주는 사장에게 감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 명함을 수거해 관리하며 할인권도 나눠줬다. 이씨는 “광고 전단지를 먼 곳까지 대량으로 돌리는 것보다 단골 관리를 확실히 하는 게 매출에 훨씬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단골 비율이 40% 이상. 하루 매출은 100만원 선이다.

지난해 7월 분당 수내역 부근에 샌드위치 전문점 ‘퀴즈노스 서브’를 차린 최상은(46·여)씨는 외국인 단골 고객을 확보한 경우다. 샌드위치라는 업종의 특성에다 번화한 학원가에 위치해 외국인 강사나 교포, 출장 온 외국인 등이 고객의 25%가량을 차지한다. 최씨는 영어나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을 주로 채용했다. 얼굴을 익힌 뒤 한국 이름을 붙여주는 등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자 일부 고객은 해외 지점에 출장을 다녀올 때 ‘참고하라’며 현지 샌드위치 가게의 팸플릿을 가져다줬다. 샌드위치를 사먹지 않더라도 최씨네 가게에 와서 한의원 등의 위치를 묻는 외국인도 많다.

모든 고객을 상대로 명함을 모아 주 1회 추첨한 뒤 무료로 회사까지 샌드위치 바구니를 배달해 주는 이벤트도 벌인다. 단골이 주문하면 자동차를 타고 10㎞ 이상 떨어진 죽전까지도 배달을 간다.

단골은 점포의 성적표

신규 고객은 반짝 이벤트나 가격 전략 등을 통해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지만 단골을 유지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단골이 많다는 것은 상품 경쟁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종업원 관리, 청결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객은 매장에서 상품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 추억과 경험도 사기 때문에 단골 유지가 잘 되는 점포는 오랫동안 번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경희 소장은 “단골을 유지하려면 철저히 마케팅 지향적이 돼야 한다”며 “고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친근한 관계를 지속하는 동시에 고객의 불만사항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만 고객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만족도를 높여주면 오히려 점포를 자주 찾는 손님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웬만한 상권에선 비슷한 업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 고객이 쉽게 싫증을 낼 소지가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점포에 역동성을 주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포를 북적이게 만드는 이벤트를 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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