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측 'YS 딴마음' 의심 배경…“이인제씨 탈당 막을 수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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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정말 누구를 지지하는걸까. 신한국당 경선에서 선출된 이회창 (李會昌) 후보인가, 경선에 불복하고 당을 떠났지만 자신의 '정치적 아들' 이라는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인가.

아니면 李총재가 낙마한후 안장을 차지하는 제3의 인물인가.

李총재 진영은 경선후 李총재의 위상이 흔들릴 때부터 이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어왔다.

의문은 9월 중순 이후부터 "金대통령이 딴 마음을 품고 있다" 는 의구심으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암묵적으로 이인제 전지사를 미는 것이 틀림없다" 는 확신으로 굳어졌다.

의구심이 커진 중요한 계기는 李전지사가 9월13일 탈당한 것. 한 핵심인사는 "진심으로 李총재를 도우려 했다면 金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부자관계라는 李전지사의 탈당을 막지 못했을 이유가 없다" 고 주장했다.

李전지사의 측근들은 민주계등을 상대로 탈당을 종용하며 "金대통령이 李전지사에게 (당을) 나가지 말라고 한 적이 한번도 없다" 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는 청와대로부터 흘러나온 얘기라며 이런 사실을 주장했다.

李전지사가 탈당한 날 추석성묘를 위해 비행기에 탄 金대통령을 수행했던 김광일 (金光一) 정치특보가 "각하 도대체 대선을 어찌하려고 李지사가 탈당하도록 내버려둡니까" 라고 고언 (苦言) 했다는 것. 金대통령은 묵묵부답 반응이 없었고 이후 며칠동안 金특보를 찾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의구심이 더욱 증폭된 때는 9.30 전당대회. 李총재 측근의원들은 "金대통령은 명예총재로서 당연히 경선을 불복하고 뛰쳐나간 李전지사를 강도높게 비판해야 하는데 이 대목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후보당선축하연과 그 후에 있었던 청와대 만찬에서도 李총재측은 李전지사에 대한 金대통령의 비판을 고대했지만 金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李총재 측근들은 金대통령이 李총재에 대한 지지는 일찍 거둬들였다고 판단한다.

청와대 인사가 "李총재는 가망성이 없는 것같다" 며 대안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을 보고 이같은 판단은 굳어졌다는 것. 21일 李총재측 대책회의에서 지난 18일 조홍래 (趙洪來) 청와대정무수석이 李총재의 대 (對) YS 차별화 전략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일을 들어 "金대통령이 李총재를 민다면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 이라는 성토도 나왔다.

金대통령이 李전지사를 민다는 의구심을 떠받치는 것이 이원종 (李源宗) 전청와대정무수석의 행보. 그는 자신과 가까운 李총재 측근의원을 만나 "왜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느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빠져나와 李전지사를 밀라" 고 종용했다는 것. 李총재측에선 "김심 (金心) 이 다르다면 그의 심복이라는 李전수석이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라고 흥분한다.

그러나 李전수석은 경선 전에도 사적으로 李전지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 (對) YS 강공전략을 가다듬는 李총재진영은 金대통령이 李전지사를 지원한다는 의혹에 대해 공세를 전개하겠다는 구상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金대통령이 李총재와 여당을 배반한 것이고 그런 사정이 李총재의 결별결행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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