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꽃보다 남자’의 언어 유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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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을 향해 달리고 있다. 드라마 제목인 ‘꽃보다 남자’는 원래 다소 기이한 말이다. ‘사과보다 배’ ‘남자보다 여자’처럼 ‘A보다 B’ 구조의 말은 A와 B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충분히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하나 ‘꽃보다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

‘꽃보다 남자’는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금강산도 식후경’과 비슷한 의미의 일본 속담 ‘꽃보다 경단’에서 온 말이다. 경단의 일본 이름인 단자(團子)의 발음이 ‘단고’인데 남자(男子)와 발음이 똑같은 데서 ‘꽃보다 남자’라는 말이 생겼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재미 삼아 ‘꽃보다 ○○’ 식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말은 언어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꽃보다 약국’ ‘꽃보다 삼겹살’ 등의 상호가 이런 것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낱말이 연결돼 있다. ‘꽃보다 때밀이’ ‘꽃보다 개발’이라는 엽기적인 말도 있다. ‘꽃보다 소주’ ‘꽃보다 치킨’ ‘꽃보다 짜장’이란 대목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이런 생뚱맞은 말은 단순히 언어 유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규칙성과 표현의 논리성을 해침으로써 언어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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