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부도후 1년간 자구노력 경영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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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10월23일 무리한 사업확장 끝에 쓰러져 올4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익악기가 부도 1년만에 한발한발 실지 (失地) 를 회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삼익악기는 영창악기와 함께 국내 악기산업의 양대산맥이었던 회사. 부도 직후 27%까지 떨어졌던 국내 시장점유율이 이달들어 50%까지 올라섰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일산 그랜드.분당 블루힐등 일부 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삼익의 판매실적이 영창을 앞섰으며, 상계동 미도파등에서도 영창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한편 영창악기측은 지난달 국내 판매실적이 영창악기 55%, 삼익악기가 4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수출도 제 궤도를 찾아 올해는 지난해의 1억3천8백만 달러보다 10% 늘어난 1억5천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한다.

4월이후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 요즘은 공장에서 연장근무까지 하고 있으며, 이달부터 연말까지 3백50명의 생산직 근로자를 충원할 계획까지 마련했다.

1천만원대의 새 그랜드 피아노와 3종의 신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삼익악기가 이처럼 단기간내 정상화의 기틀을 다진 것은 노사가 합심해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편 결과. 삼익은 부도 직후 직원 식당의 부식을 살 돈조차 없어 직원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근무할 정도였다.

또 부도 소식에 내수 판매는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고, 일부 바이어들이 등을 돌리고 떠나 직원 월급도 3개월이 밀렸던 상태. 그러나 충격에서 벗어난 직원들은 대리점에서 모아 준 미수금 30억원으로 부랴부랴 부식을 사다가 직원 중식 제공을 재개하는등 의욕적으로 재기에 나섰다.

노동조합은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5백여 협력업체와 2백개 특약점 (대리점) 을 찾아다니며 이들의 불안감을 덜고 협조를 호소했다.

이 회사의 이희동 (李喜東) 노조위원장은 "직장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직원들이 똘똘 뭉쳤고 협력업체들도 적극 도와줘 살아났다" 고 말했다.

임원들은 보너스 1백%를 반납했으며 관리직은 임금을 동결하고 토요격주 휴무도 반납했다.

삼익은 또 13개이던 계열사를 5개로 줄이고 서울 논현동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인천 본사로 통합하고 임원용 차량 8대도 처분했다.

회사가 차츰 정상화되며 직원들의 밀린 월급은 물론 6백20%의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이 회사의 김우년 (金優年) 법정관리인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를 인정받은 것도 회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고 말했다.

그러나 삼익악기가 완전 정상화되까지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우선 4천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팔릴 가능성이 낮아 3자인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아직 신규대출을 받지 못하고 수출입 신용장 (L/C) 개설을 못해 수입은 1백% 현금으로 하며 수출융자지원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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