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 해결방안 발표 이모저모…협력업체들 “현명한 결정”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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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채권은행장들은 그동안 결론을 못내던 기아문제에 정부가 총대를 매고 나서자 앓던 이가 빠졌다는듯이 시원하다는 표정. 기아관련 채권은행장회의는 이미 정부발표가 난 후여서인지 주거래은행인 류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이 경과보고를 한 후 김영태 (金英泰) 산업은행 총재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돼 30분만에 합의사항을 결정하고 종결. 金총재는 회의 직후 "법정관리가 기아자동차를 살리는 길이라는데 은행장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고 분위기를 전하고 기아직원들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기아내부에서도 법정관리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혔다.

金총재는 또 "법정관리 절차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현 기아경영진과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기아처리 방안 발표로 주가가 오르자 재정경제원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 재경원 관계자는 "진작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했으면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 이라며 "이제라도 기아문제에 진전이있어 불행중 다행" 이라고 말하기도.

…현재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기아노조의 움직임. 21일의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도 노조에 대한 대처문제를 집중 논의. 특히 우려했던대로 22일 기아 노조가 즉각 파업으로 맞선데다 노동계의 동조파업 조짐까지 있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진 22일 기아그룹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은채 허탈한 표정을 보였다.

평소 바쁘게 움직이던 그룹 경영혁신 기획단 직원들도 "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나" 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직원들은 "이제 방향이 결정된만큼 더이상 힘을 소모하지 말고 회사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 말했다.

…22일 기아자동차 노조 (위원장 李載昇) 는 오전 11시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한 채 노조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부가 법정관리를 강행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 노조원들은 "정부가 쌍방울과 뉴코아에 대해서는 화의신청을 수용하고 자금지원까지 해주면서 기아에 대한 법정관리를 고수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정부 방침에 반발. …기아 협력업체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법정관리로 가닥이 잡혀 환영한다" 면서 "그러나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이 장기화되면 정부의 자금지원조치와 관계없이 부도날 수 밖에 없을 것" 이라는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였다.

…32회 도쿄 (東京) 모터쇼 참관을 위해 현지에 모인 국내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진들은 사안이 민감한 탓인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번 결정의 여파가 자동차업계에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표시. 김태구 (金泰球) 대우자동차 회장은 "기아자동차의 자력회생을 바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으며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 고 말했다.

또 현대자동차 박병재 (朴炳載) 사장도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아가 자력회생하기를 바랐는데 법정관리 소식을 듣고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면서 "좀더 지켜봐야겠다" 고 말했다.

경제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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