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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단오문화 뿌리 달라 … 상생의 길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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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 단오제(端午際)와 중국 단오절(端午節)은 기원부터 다르다. 한국이 중국 단오절을 훔쳐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다. 단오로 인해 생긴 불협화음을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풀어나가겠다.”

사단법인 강릉단오제위원회 최종설(71·사진) 위원장이 20일 밝힌 방중 목적이다.

그는 단오 전문가인 장정룡 강릉대 국문과 교수(민속학), 김동찬 단오제위원회 이사 등과 함께 19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11월 유네스코에 강릉단오제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장정룡 교수는 “중국 단오절은 초(楚)나라 시인 굴원(屈原)을 추모하는 데서 비롯됐지만, 강릉단오제는 신라 김유신 장군, 신라말 고승 범일국사, 대관령의 여신이 된 정씨 처녀의 제사를 모시는 데서 유래했다”고 소개했다.

당연히 풍습도 다르다. 강릉 단오제 때는 수리취떡 만들어 먹기, 그네뛰기. 씨름, 농악, 다리밟기놀이, 관노가면극을 즐긴다. 중국 단오절에는 쭝쯔(米+宗 子)라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용선(龍船)놀이를 즐긴다. 장 교수는 “한국의 단오제는 원래 순수 우리말인 ‘수릿날’로 불렸지만 음력으로 5월5일을 뜻하는 한자식 명칭으로 바꾸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단오제 위원회는 올해 행사 기간(5월 24∼31일)에 ‘중국 단오절 문화홍보 체험관’을 강릉에 설치할 예정이다. 우리 단오제를 즐기면서 체험관에선 중국 단오절의 특성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단오제와 단오절의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선 중국 단오절 세시풍습인 쭝쯔 만들기 행사를 열고, 중국에서 촬영한 용선놀이 동영상도 상영한다. 장 교수는 “단오로 인해 생겨난 갈등을 양국 국민이 서로 더 잘 이해하는 기회로 살려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행사를 위해 베이징의 문화단체 이즈펑(逸之風·YISWIND)을 초청키로 했다. 최 위원장이 21일 이즈펑의 대표를 만나 한국 방문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옹호해온 이즈펑은 지난해 5월 강릉단오제를 중국에 소개한 단체다.

단오제 기간에 학술회의와 연주회도 열린다. 한·중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는 ‘아시아 단오문화 소통: 한·중 단오 문화의 차이와 다름에 대해’로 정했다. 류쿠이리(劉魁立) 중국 민속학회 회장과 협의한 결과다. 학술회의에는 류 회장 외에도 위안리(苑利) 문화부 학예연구원, 쑤허(孫和) 베이징대 교수, 샤쉐쥔(夏學軍)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한광운 연변조선족자치주 박물관 부관장, 이항숙 조선족박물관 부관장 등도 초청할 예정이다. 단오를 테마로 한 연주회에는 한·중·일 3국 오케스트라가 모두 참여한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한·중 양국 문화가 공존·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학계는 양국 단오의 객관적 차이를 인식하고 있지만 중국의 일부 인터넷 매체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는 바람에 단오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증폭됐다”며 “중국 언론인들을 강릉 단오제에 초청해 현장을 비교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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