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케스트라 어디로]2.청소년 관객을 잡아라…연령별 마케팅 세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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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한 현악3중주단이 한 악장 연주를 끝낸 뒤 생맥주를 한모금 마시면서 역시 캐주얼 차림의 청중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 오레건심포니가 20.30대 청중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뮤직 온 탭 (Music on Tap)' 의 한 장면이다.

지난 95년 포틀랜드시의 브리지포트펍이라는 술집에서 시작된 이 음악회 시리즈의 입장료는 8달러 (약7천3백원) .7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격의없이 진행되는 이 음악회는 다음 시즌 정기회원 모집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마련된 것.

미국국립예술지원재단 (NEA) 의 보고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본 연령과 예술 참가빈도 : 1982~1992' 에 따르면 10년간 교향악단 연주회에 입장하는 50대 이하의 청중이 급격히 줄고 있다.

예컨대 32~36세 청중의 비율은 82년 15%에서 92년 11%로 뚝 떨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공연장이 텅텅 비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같은 위기의식 때문에 각 오케스트라는 뒤늦게나마 '미래를 위한 투자' 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학교 음악교육의 낙후성만 탓하다가는 오케스트라의 몰락만 재촉할 것이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오케스트라들은 대부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사이버 세대와 접촉기회를 늘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오케스트라는 전세계적으로 1백30여개. 그중 80개가 미국 교향악단이다.

그만큼 젊은 관객의 확보가 절박하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연령대별로 세분화된 마케팅과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에게 '구원' 을 호소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로스앤젤레스필 등 대부분의 교향악단에서는 90년대 들어 청소년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교육부' 까지 두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뉴욕필하모닉의 '음악의 만남' 의 경우 오전9시45분에 시작해 45분간의 강의가 끝난 다음 45분간 무대 리허설을 참관하도록 꾸몄다.

매년 25회 실시하며 학생도 매회 75명으로 제한한다.

샌프란시스코심포니가 88년 시작한 '음악의 모험' 은 초등학교에 교육자료를 미리 배포하고 단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사전교육을 실시한다.

로스앤젤레스필은 학교를 방문하는 '라이브 온 캠퍼스' 외에도 공연장 견학.저녁식사.공연전후의 대화시간을 통해 처음 연주회를 찾은 관객이 다시 찾도록 꾸며진 '뉴 커넥션' 등의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는 무대와 객석에 설치된 대형 TV모니터를 통해 각 악기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등 영상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역사가 짧은 국내의 경우도 곧 닥치게 될 청중의 노령화 추세에 대비, 정기연주회 못지않게 교육 프로그램에 비중을 둬야 할 때다.

예술의전당이 매월 1회 개최하는 청소년음악회 '금난새와 함께 하는 음악여행' 을 제외하면 지속적인 청소년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 KBS교향악단.서울시향등은 청소년의 달 5월에만 한차례 특집음악회를 열 뿐이다.

청소년음악회에서는 반짝하는 아이디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알찬 레퍼토리와 진지한 연주태도. 대편성 오케스트라보다 소규모 앙상블의 연주가 더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지휘자의 해설은 짧을수록 좋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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