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 충격 부산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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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지역은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신발경기가 수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체는 물론 건설.유통업에 이르기까지 업종 구별없이 광범위한 부도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 부도로 문닫은 업체는 1천1백72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30%나 늘었다.

하루에 4~5개 기업이 사라진 셈이다.

업체당 부도금액도 평균 15억4천7백만원에 달해 지난해의 7억7천4백만원, 95년도의 8억8천6백만원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규모가 커졌다.

특히 올들어 향토기업의 간판 스타들이 줄줄이 사라졌다는 점이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까지 주고 있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손꼽을 만한 ㈜태화쇼핑과 중견 건설업체인 ㈜국제종합토건.남성건설.로얄종합건설 등이 올들어 연이어 쓰러졌고 지난 6일에는 우성식품㈜도 부도로 화의신청을 냈다.

우성식품의 경우 지난 4월 한국코카콜라측에 음료사업독점권을 넘긴후 주력해 온 외식.스넥사업 등의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어오다 부도를 냈고, 태화백화점은 서울지역 대형백화점들의 부산 진입에 맞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난과 매출부진으로 쓰러졌다.

또 전국 규모의 건설업체인 국제종합건설은 비교적 견실한 자본력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과정에서 나돌기 시작한 '경영 위기설' 이 퍼지면서 자금난에 몰려 어이없게 파산하고 말았다.

향토기업 중에서 비교적 건실한 업체로 알려졌던 이들 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부산의 중소기업인들은 "앞으로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있겠느냐" 며 크게 긴장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향후 경기 호전을 예상할 수 있는 어떤 조짐도 보이지않고 있다.

이는 9월중 어음부도율이 무려 1.05% (추정치) 로 치솟아 65년7월 (부도율 1.20%) 이후 32년2개월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부산지역을 떠나는 업체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 올 상반기만 해도 중소기업 93곳 (종업원수 1천7백6명) 이 타지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상공회의소 강병중 (姜丙中.58) 회장은 "부산지역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선물거래소 유치 등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부산〓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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