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이번에 내리실 역은 … ” 그 앞에 깔리는 국악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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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하철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1~4호선의 환승역 안내방송 중 “이번에 내리실 역은…” 앞에 들어가는 음향 얘기다. 원래는 기계로 만들어진 휘파람새소리가 쓰였다.

이달 1일부터 흘러나오는 음악은 흥겨운 국악이다. 해금·대금이 특유의 코맹맹이 음색으로 노래하는 시작 부분이 승객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을 듯, 쉬운 멜로디다. 가야금·장구는 단순한 반주로 긴장을 풀어준다.

서울메트로 홍보실의 김정환 차장은 “약 5초동안 방송되는데도 음악의 제목과 작곡가를 묻고, 다운로드하고 싶어하는 승객이 많다”고 전했다. 지하철 안내에 쓰인 첫 국악이기 때문이다. 총 36초 길이인 이 곡 ‘얼씨구야’를 작곡한 이는 김백찬(28)씨.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으로 퓨전국악팀 ‘아이엠뮤직’에서 작곡을 맡고 있다.

2005년부터 생활 속의 국악을 주제로 공공 기관과 장소에 국악을 보급하고 있는 국립국악원의 의뢰로 작품을 만들었다. “원래는 휴대전화 벨소리로 작곡했다. 당시 한꺼번에 만든 다른 작품과 달리 순수 국악기만 사용했는데, 서양 악기를 섞은 곡보다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 작곡가의 설명이다.

국립국악원은 지하철 5~9호선과 대한항공에도 국악 배경음악을 추천할 계획이다.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는 120여곡의 휴대전화 벨소리, 통화연결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4년동안 8장이 발매된 음반 ‘생활속에 국악’에 담긴 곡들이다. 음반 한장당 제작비가 3000만~4000만원 드는 이 사업이 지하철 배경음악을 시작으로 제대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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