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22호. 높이 29.2㎝, 구경 10.8㎝, 저경 14.0㎝.
중국의 청화백자는 문양이 복잡하고 화려하다. 조선 초기의 청화백자는 한때 그 영향을 받아 다소 난삽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호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매죽문호(白磁靑華梅竹文壺)는 중국 기호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조선 전기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뚜껑까지 온전히 갖춰 가치가 더 높다. 조선 왕실용 백자를 생산하던 광주(廣州) 관요(官窯)에서 제작하고, 궁중 소속 도화서 화원이 매죽문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화안료는 워낙 귀한 물감이었기에 도자공이 아닌, 당대 최고의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눈부시게 흰 백색의 곡면 위로 뻗은 푸른 매죽문은 힘차고 간결하면서도 나무의 질감과 농담을 잘 드러내고 있다. 매화가지 끝의 꽃은 봄을 알리는 깊은 향을 뿜어내는 듯하다.
이경희 기자
◆호림박물관(www.horimmuseum.org)=1982년 호림(湖林) 윤장섭(尹章燮) 선생이 출연한 기금과 유물을 바탕으로 서울 대치동에서 개관했다. 국보 8점, 보물 46점을 포함한 문화재 1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96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전한 데 이어 5월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 분관을 연다. 02-858-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