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데생전2…내달 30일까지 환기미술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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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수화 김환기 (1913 - 1974) .뚝딱뚝딱 쉽게 작품을 만들어내는 요즘의 젊은 작가들과 달리 수화는 자기 작품에 엄격한 작가였다.

즉흥성보다는 엄밀한 계획으로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가다듬었던 수화. 이런 작업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는 수화가 남긴 데생 스케치북 30여권이다.

하지만 스케치북 속의 한 페이지로만 존재한다면 아무도 이것들의 가치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작품이 작품으로서 진정한 빛을 발하게 하는데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스케치북을 열어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야만 가능한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환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환기 데생전 2' 는 바로 이런 의미를 지닌 전시이다.

02 - 391 - 7701. 이번 전시는 환기미술관이 지난해부터 수화의 뉴욕시대 데생작업을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3년 연속 기획 '김환기 데생전' 의 두번째 전시다.

미술관 차원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이처럼 항목별.장르별로 꼼꼼하게 정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주목할만하다.

첫해였던 지난해 열린 전시는 65년에서 67년에 걸친 수화의 미공개 데생을 보여주었고 이번 전시는 68년과 69년에 작업한 데생 1백50여점을 추려서 보여주고 있다.

이 시기에 남긴 스케치북 10여권 속에 들어있는 데생 가운데 추린 것들이다.

1층에서는 68년의 작품이, 3층에서는 69년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수화의 그 유명한 십자구도의 작품들은 대부분 3층에서 볼 수 있다.

데생은 글로 치면 메모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아직 완전히 본인의 것으로 소화되기 전 단계라서 오히려 작가의 순수한 생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데생 자체가 갖는 이런 장르적 특성상 작품세계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어 흥미롭다.

또 수장고 속의 작품을 목록화한다는 전시기획 의도도 들어있는만큼, 환기미술관의 고집스런 수화 작품의 체계적 관리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오광수 환기미술관장은 "수화의 유화는 지금까지 몇권의 도록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데생 작업은 산발적으로만 소개되었다" 며 "이번 연속 기획전을 통해 그의 데생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것" 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연속 기획전의 마지막으로 70년과 71년의 작품을 묶어서 소개할 계획이다.

3년에 걸친 전시가 끝나면 3권짜리 '김환기 데생 전집' 도 함께 완간을 보게 된다.

환기미술관은 데생 작업의 정리에 이어 수화의 과슈 작품도 이와 같은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도록을 펴낼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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