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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빈 메타-곽정 '하프 궁합 맞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지난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에 위치한 프레드릭 만 홀에서는 오는 25, 26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IPO)가 97~98 시즌 오픈과 아시아 순회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한낮에는 29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더위로 단원 모두가 간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연습에 임했다.

음악감독 주빈 메타와 하피스트 곽정 (郭貞.25) 씨는 독주자 대기장소 및 연습실로 사용되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룸에서 피아노 리허설에 돌입했다.

郭씨는 세계적 오케스트라인 IPO의 협연자로 전격 발탁돼 국내 음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하프 연주자 유발과 다윗왕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이스라엘은 자타가 공인하는 하프의 종주국 (宗主國) 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하프콩쿠르가 열리는 곳이다.

郭씨는 국내는 물론 이스라엘에서 IPO단원들과 앙상블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 교분을 쌓다가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주빈 메타의 오디션을 거쳐 협연자로 결정된 것. 郭씨가 국내 초연할 칼 라이네케 (1824~1910) 의 '하프 협주곡 e단조' 는 1885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하프협주곡치고는 오케스트라 편성이 매우 큰 편이다.

슈만.멘델스존.그리그의 음악적 영향이 엿보이는 이곡은 피아니스트.지휘자를 겸했던 작곡자의 노련한 음악적 구성력이 돋보인다.

"협주곡 선정을 놓고 주빈 메타와 오랜동안 의논했어요. 라이네케는 메타와 IPO가 한번도 연주해보지 않은데다 여간해서는 하프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음량에 파묻히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하피스트 니카노르 자발레타, 릴리 라스킨의 녹음이 나와 있으나 오케스트라의 음량이 워낙 커서 실제 공연장에서는 세계적인 하피스트들도 기피하는 곡입니다.

" 이번 연습과정에서도 피아노 반주 악보를 구할 수 없어서 郭씨의 위촉으로 '토이 판타지' 를 작곡했던 데이비드 커틀러에게 피아노 반주 편곡을 부탁했다는 후문. 하지만 파워와 섬세함을 겸비한 郭씨의 연주 스타일은 라이네케의 작품에 잘 맞았다.

이 작품에서 하프는 여성적인 우아함 못지 않게 격렬한 낭만적 감정과 타악기적인 리듬감까지 표출할 수 있는 악기로 충분히 부각되었다.

郭씨의 꿈은 한국에서 하프붐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치스런 호화악기로 잘못 인식된데다 외국산 하프에 엄청난 수입세가 부과되어 하프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 郭씨는 "이번 내한공연이 하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IPO단원들은 리허설 도중 내내 진지하면서도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함께 음악만들기' 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6일 97~98시즌의 개막공연의 막이 올라 주빈 메타 지휘의 IPO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협연 막심 벤게로프) 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정 교향곡' 등을 연주했다.

IPO가 서울공연에서 들려줄 프로그램은 베토벤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지난 6일 IPO의 97~98시즌 개막공연으로 연주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정 교향곡' 은 IPO가 이번 시즌에 처음 연주하는 곡이다.

공연문의 02 - 598 - 8277.

텔아비브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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