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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만난 외국인 먼저 배려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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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자 E3면 기사 “…주한 외국인 모셔라” 계기로 본 한국인-외국인 관계

판을 바꾼 중앙일보가 독자 여러분께 더 가깝게 다가갑니다. 매주 화요일자 소통면에 중앙일보를 읽은 독자의 반응을 싣습니다. 이번 주에는 3월 11일자 경제섹션 3면에 게재됐던 ‘관광객보다 알짜…주한 외국인을 모셔라’란 제목의 기사에 대해 독자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주한 외국인의 주머니를 열고 마음을 얻기 위한 각계의 노력을 소개했습니다.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영자신문인 중앙데일리에도 실린 이 기사를 읽은 외국인들에게도 의견을 물었습니다. 

정리=전수진 기자

서울관광마케팅은 ‘해외에 서울을 파는’ 회사다. 그 때문에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직원이 꽤 많다. 저마다 사연은 다를지언정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과 애정으로 서울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외국인으로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는 불편이다.

취업 비자를 받아 길게는 수년간 한국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인터넷·케이블TV 서비스를 신청할 때 한국인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등 차별대우를 받는다. 공연 정보를 그때그때 외국어로 제공해 주는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온라인으로 예매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영화 한번 보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실정이다. 도로 표지판이나 대중교통 안내 시스템은 또 어떤가. 다행히 ‘2010 한국방문의 해’를 준비하며 서울시가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어 표지판을 정비하고 버스 안내방송 외국어 서비스를 영어뿐 아니라 일어·프랑스어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니 조만간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이나 부당한 비용도 문제이지만 사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겪는 더 큰 어려움은 배려받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이다. 알고 보면 한국인은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데 대부분의 외국인은 동의한다. 문제는 친구가 아닌 제3자가 되면 유난히 무뚝뚝하고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김새가 다르고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은 한국인의 무뚝뚝함을 배로 느끼게 된다. 특히 중국계나 동남아계 외국인에게는 편견·무시 같은 나쁜 감정까지 주는 경우도 있어 이른바 ‘반한 감정’을 부추기지 않는가. 영어 속담 중에 ‘Devil is in the detail(악마는 사소한 데 깃들어 있다)’는 말이 있다. 아주 사소한 일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자, 바꿔 말하면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성공의 열쇠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배려하여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모토로 정했다. 범국민적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 서울관광마케팅 역시 서울시와 함께 외국인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서울 스마일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가정이 외국인 노동자와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는 ‘호스트 패밀리 ’ 운동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동시에 한국인의 다문화 의식 형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참에 전 국민이 외국인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사는 그들이 불편하거나 외롭지 않도록 먼저 말을 건네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러한 배려가 바로 진정한 다문화 사회, 글로벌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