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 비자금 거론된 해당기업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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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개의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모르겠다' '납득할 수 없다' 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측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으며 처음 듣는다" 는 공식입장을 언론사에 팩스로 전했다.

삼성측은 "뭔가 착오가 있는 것같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고 말했다.

대우그룹측은 "현재로선 모르는 일이며 사태추이를 지켜볼 뿐" 이라는 간단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우측은 DJ비자금과 관련해 계속 자신들이 거명되는 심각성을 감안해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13일 귀국하는대로 그룹 고위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62억5천만원이란 가장 많은 액수를 건네준 것으로 알려진 동아그룹 관계자는 "우리보다 큰 기업도 10억원대에 불과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진로그룹은 채권금융단이 조건부로 화의신청에 동의해준 상태에서 비자금 제공기업 명단에 오르자 몹시 당황하는 기색이다.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회장실 측근들은 모두 "아는 바 없다" 면서도 그룹회생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창그룹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며 완강히 부인했다.

또 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풍성전기측은 임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가운데 직원들은 "사실무근이며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을 임원들로부터 들었다" 는 말만 되풀이했다.

풍성전기측은 기아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비자금 연루설까지 번져 더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벽산그룹의 김동호 (金東豪) 이사는 "벽산은 사업상 각종 불이익이 있더라도 로비하지 않는게 원칙" 이라면서 "벽산개발의 경우 86년부터 현재까지 법정관리상태여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금집행을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돈을 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며 비자금 제공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호건설의 경우 "회사 경영권이 95년 11월 수산중공업으로 넘어가 회사 간부들이 모두 바뀌어 신한국당이 주장하는 비자금 제공시점 (91년 5월) 당시의 상황을 전혀 모른다" 고 말했다.

전남 화순에 본사를 둔 대동건설 (대표 朴憲東) 의 손기창 (孫基昌) 전무는 "지방의 중소건설업체에 불과한데 굳이 정치권과 교류할 이유가 있겠느냐" 며 역시 비자금 제공설을 부인했다.

손용태·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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