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없이 만졌더라도 불쾌감 줬다면 성추행" - 서울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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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여성의 신체부위를 만지는등 불쾌감을 줬다면 성추행으로 보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5단독 조영철 (趙英哲) 판사는 9일 경찰로부터 성적 모욕을 당했다며 주부 金모 (30)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金씨에게 정신적 위자료 1백만원을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여성의 뺨.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성추행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건은 지난 1월 노동자 총파업과 관련, 경찰이 서울중구회현동 병원노련 건물을 압수수색할 때 발생했다.

노동자영상사업단 소속인 金씨가 감시단 자격으로 비디오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현장은 이미 조합원과 경찰들이 팽팽하게 대치해 있는 상태였다.

이때 金씨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서울남대문서 K모 경장이 "촬영하면 내 얼굴이 예쁘게 나오느냐" 며 촬영을 중지시키기 위해 金씨의 엉덩이를 두어차례 건드렸다.

金씨는 즉시 항의하고 K경장을 서울지검에 고소했으나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되자 지난 7월 서울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적 욕구를 느낄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다 경찰의 업무와도 일부 관련되지만 결과적으로 원고에게 심한 불쾌감과 인격적 모독을 느끼게 한 만큼 마땅히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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